간호사 '태움' 산재 인정...의료현장 영향은?

간호사 '태움' 산재 인정...의료현장 영향은?

故 박선욱 간호사 '산재'...간호사들 "간호 환경 비정상적이고 가혹..병원·정부 개선해야 "

기사승인 2019-03-09 04:00:00

故 박선욱 서울아산병원 간호사의 극단적 선택이 산업재해로 인정된 가운데 의료현장이 들썩이고 있다. 

8일 의료현장에서는 간호사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해달라는 목소리가 높게 나타났다. 그동안 공공한 일로 여겨졌던 병원 내 신규간호사 교육 부족, 과중한 업무 등이 병원의 과실로 지목된 만큼 병원계와 정부차원의 뚜렷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근로복지공단은 태움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박선욱 간호사의 사례를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했다고 7일 밝혔다. 공단에 따르면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간호사 교육 부족 등 구조적 문제에서 야기된 과중한 업무와 개인의 내향적 성격 등이 재해자(박 간호사)를 자살에 이르게 했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 간호사 사회는 간호환경의 구조적 개선 없이는 2차, 3차 산재가 잇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건강권실현을위한행동하는간호사회 소속 최원영 간호사는 “박 간호사 사망사건 이전에는 열악한 근무환경의 문제를 통틀어 ‘태움’이라 불렀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 산재인정을 통해 간호사들이 처한 환경이 죽음을 택할 정도로 가혹하고 비정상이라는 점 사회가 인정한 것”이라며 “어떤 병원도 비난의 화살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부도 책임이 있다. 지난해 3월 정부가 발표한 간호정책에는 인력부족 해결을 위해 간호대 학생을 늘리는 미봉책뿐이었다”며 “앞으로도 박 간호사와 같은  상황에서 힘들어하거나 사직하는 간호사들을 위해 문제제기를 할 것이고, 이번 산재 인정이 선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올해 1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의료원의 故 서지윤 간호사의 사례에도 관심이 쏠린다. 서 간호사는 유서에 '같은 병원 사람들은 조문도 오지 말라'고 적어, ‘직장 내 괴롭힘’이 사망의 원인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서 간호사 유족은 서울시와 의료원 측에 요구한 진상조사가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서 간호사의 동생 서모씨는 “누나의 죽음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누나가 어떤 이유로 자살했는지, 어떤 괴로움이 있었는지 알고싶은 것인데 의료원과 서울시는 여전히 유족들이 요구한 진상조사단을 꾸리지 않고 있다”며 “누나의 일은 진상조사가 우선이다. 만약 업무적 스트레스로 죽었다면 병원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박선욱 간호사의 유족은 이번 산재인정에 대해 '신규 간호사의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과 가혹한 업무, 그리고 위압감 자체도 태움이자 심각한 재해로 인정받은 것'이라고 평했다.

그러나 박 간호사를 '예민한 성격이 소유자'로 명시한 공단의 보도자료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했다. 박 간호사의 이모 김윤주씨는 “선욱이는 굉장히 외향적인 성격에 쾌활한 아이였다”며 “입사 초기 간호일지에도 선욱이에 대해 성격이 밝고 쾌활한 아이라고 쓰여있었다. 예민한 아이라서가 아니라 병원의 환경이 아이를 힘들게 했다는 점을 바로잡고 싶다”고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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