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한 명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지 못하도록 1인 1개소법을 위반한 이른바 '네트워크 병원'도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을 받을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96단독 이백규 판사는 근로복지공단이 척추전문 네트워크 병원인 튼튼병원의 모지점 병원장 A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튼튼병원 네트워크를 실질적으로 개설하고 운영해온 A씨는 2008년부터 경기 안산과 대구, 서울 청담 등에 병원을 설립해 운영해왔다. A씨는 자신이 병원을 개설한 실질 운영자임에도 2012년 9월∼2013년 11월 다른 의사 B씨를 월급 2000만원에 고용, 서울 노원에 B씨 명의로 병원을 여는 등의 방법으로 3개 병원을 복수로 운영한 혐의(의료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2014년 9월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고, 이에 불복해 상고하면서 현재 사건은 대법원에서 심리 중이다.
이에 공단은 A씨를 상대로 2015년 7월 3690여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의료법에 따라 적법하게 개설되지 않은 의료기관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산재보험 의료기관으로 볼 수 없어 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을 수 없는데도, A씨가 병원을 부당하게 개설·운영하면서 요양급여비용을 수령했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해당 병원은 B씨에 의해 개설된 의료기관으로서, 자신이 의료법을 위반해 병원을 중복으로 개설해 운영한 것이 아니라고 맞섰다.
법원은 "이 사건 병원은 산재보험법에서 정한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이라고 봄이 상당하다"며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사건 병원은 2012년 9월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허가를 받았고, 위 허가에 당연무효의 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며 "병원이 의료법에 따라 개설허가를 받아 요양급여를 실시했다면, 그 허가가 당연무효라거나 병원의 요양급여비용 수급자격을 인정하는 것이 의료법 또는 산재보험법의 입법 취지에 명백하게 반하는 것이 아닌 한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으로서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의 이유를 밝혔다.
또 "의료기관의 의료법 위반을 이유로 요양급여비용의 수급자격을 부정하려면, 의료법 위반 행위가 반사회적이거나 그에 준할 정도로 보호 가치가 없는 행위로 국민건강보험법상의 보험체계를 교란하는 정도에 해당해야 한다"면서 A씨의 의료법 위반행위는 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의료법에서 의료인에 의한 의료기관 중복 개설을 금지하는 것은 정보의 공유나 의료기술의 공동 연구 등을 통한 의료서비스 수준 제고 등 순기능의 측면이 존재함에도, 의사가 수개의 의료기관을 소유함으로써 이익을 얻어 영리법인에 준하는 형태를 갖게 되고 국민건강 보호라는 공익보다 영리를 추구하게 될 수 있어 이를 방지할 필요가 있다는 정책상의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