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흔성 경북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다문화가족은 미래의 인재”

[인터뷰] 장흔성 경북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다문화가족은 미래의 인재”

기사승인 2019-03-12 12:04:25

“다문화 결혼이민여성들의 경쟁력을 길러주면 무한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장흔성(54) 경상북도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은 ‘다문화’란 단어가 생소하던 시절부터 결혼이민여성들의 경쟁력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그는 국무총리실 산하 다문화가족정책위원회 민간위원을 지낼 정도로 대한민국 다문화가정 분야의 최고 전문가다.

여성학을 전공하고 실무 경험이 풍부한 것도 이유지만 다문화 여성의 문제를 거시적인 시각으로 보고 20년 가까이 사회적 편견과 싸워온 이유에서다.

전국에는 현재 219개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있다. 이 중 울릉도를 포함한 경북 23개 센터의 허브 역할을 하는 것이 경북도다문화가족지원센터다.

경북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주로 23개 시·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활성화를 돕는 사업을 진행한다.

시·군의 센터가 지역적 특성으로 직접 수행하지 못하는 사업이 있으면 대신 나선다.

다문화 정책 연구와 개발, 실무자 역량 강화도 경북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몫이다.

다문화 여성이 폭력 등의 피해를 당했을 때에도 긴급하게 투입돼 이들을 보호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에너지를 쏟고 있는 것은 ‘결혼이민여성 글로벌 여성 인재 양성 사업’과 ‘다문화가족 자녀 글로벌 인재 양성 사업’이다.

‘다문화’ 단어 생소할 때부터 “이주여성 경쟁력 강화” 한목소리
장흔성 센터장은 다문화가족지원법이 생겨난 2008년부터 줄곧 다문화 여성의 경쟁력 강화를 외치고 있다.

결혼이민여성들이 제대로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깨트릴 수 있다는 확신에서다.

장 센터장은 “결혼이민여성들은 선택의 여지도 없이 많게는 20세 이상 차이가 나는 남자와 결혼하고 출산과 어른 부양을 담당하는 가정의 도구적 삶을 사는 경우가 많다”며 “복지적 차원에서 보호만 할 것이 아니라 이들이 한국 사회에서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제도적 교육, 특히 공교육을 받도록 도와야 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문제 역시 이주여성들이 한국 교육을 경험하지 못한 것에서 시작된다고 분석했다.

장 센터장은 2008년부터 김장 체험 행사 대신 다문화 여성 대학 보내기 운동을 시작했다.

매워서 먹지도 못하는 김치를 만드는 것보다 그 시간에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믿었던 것이다.

다른 센터와는 달리 한글반 대신 대학 입시반을 만들고 대학에 진학할 수준이 되도록 고급 언어를 가르쳤다.

“고급 언어를 가르치기 위해 신문 사설을 읽게 한 뒤 토론하고 뜻을 교육했어요. 사설에는 정치·경제·문화가 다 들어가 있어 가장 좋은 교재입니다.”

그는 결혼이민여성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끈질기게 지자체를 설득한 결과 1인당 100만 원의 대학 입학 지원금을 받아냈다.

그리고 구미대와 포항대 등 경북에 있는 17개 대학의 다문화 여성 반값 등록금 지원 제도를 이끌어냈다.

장 센터장의 꾸준한 노력으로 경북 지역 이주여성 중 6~7%가 대학을 나왔다.

그는 “결혼이민여성들은 불쌍한 사람들이 아니다. 조금만 역량을 길러주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며 “우리나라에 30만 명의 결혼이민여성과 55만~60만 명의 자녀가 있는데 사회적비용이 드는 복지적 차원으로만 접근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한다.

다문화가정 자녀, 이중언어 능력 가진 인재로
구미 경실련 창립 멤버인 장 센터장은 1990년부터 꾸준하게 사회단체에서 활동했다.

그리고 여성학 석사 과정을 밟으면서 여성의 문제를 깊게 들여다보는 눈이 생겼다. 그가 결혼이민여성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10여 년 전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장 센터장의 생각대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결혼이민여성들이 늘어날수록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장 센터장은 “평등은커녕 가족 구성원으로도 인정하지 않았던 분위기가 점차 사라지고 적극적으로 아내의 공부를 도우려는 남편이 늘어나는 것을 볼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글로벌 시대, 대한민국의 인적 자원이 될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가능성도 조금씩 싹을 틔우고 있다.

장 센터장은 지난 2008년 다문화가정 자녀를 상대로 이중언어가족 환경조성사업을 시작했다.

매주 토요일마다 40~70명의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정부에 필요성을 알리고 건의를 하면서 이 프로그램은 중앙 정책으로 채택되고 전국 120여 센터의 기본 사업이 됐다.

2015년부터는 경북도의 예산을 지원받아 방학을 이용해 심화 몰입 과정인 이중언어 캠프를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은 베트남과 중국 배경을 가진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엄마 나라로 가서 이중언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베트남과 중국은 경북 다문화가정의 75%를 차지한다.

장 센터장은 “이중언어 능력은 다문화가정 자녀의 자산”이라며 “학교나 사회의 편견으로 상처를 받았던 아이들이 해외로 나가 이중언어를 사용하면서 자부심을 갖게 되고 큰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고 했다.

자녀들의 가능성을 발견한 다문화가정 아버지들의 인식도 자연스럽게 변하고 있다.

이제는 “비용을 부담할 테니 아이를 이중언어 캠프에 계속 참여시켜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많다.

장 센터장의 노력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결혼이민여성들도 속속 탄생하고 있다.

그는 “무역으로 12억 원의 연매출을 올린 이주여성, 혼이민여성 전문 보험설계사와 통역사로 일하며 월 1,000만 원 이상을 버는 이주여성도 있다. 또 한 이주여성은 돈을 모아 필리핀 고향에 4만㎡(1만 2,000평)의 파파야 농장을 구입했다”며 “이제 결혼이민여성은 보듬어 줘야 될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글로벌 인재로 인식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장 센터장은 또 “글로벌 시대, 다양화 시대의 흐름 속에서 10년 뒤 이들의 모습은 지금과는 더욱 달라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문화를 구분하지 않는 것이 선진국형 다문화 사회
그가 생각하는 ‘올바른 선진국형 다문화 사회’란 무엇일까.

장 센터장은 “먼저 이원화하려는 시각이 사라지고 ‘다문화’와 ‘비다문화’를 구분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주의 자유를 인정하고 협소한 개념의 ‘우리’라는 대한민국의 독특한 관념에서 벗어나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두를 ‘우리’라는 범주에 포함시켜야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우리 사회가 다문화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다문화 실무 전문가 양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경북도다문화가정지원센터의 글로벌 인재 양성 사업은 지난해 대구대와 손을 잡으면서 날개를 달았다.

대구대 linc+ 사업단, 사회적경제지원단과의 업무협약 체결로 체계적인 지원이 가능해진 것이다.

장 센터장의 풍부한 다문화 정책 경험과 아이디어에 대구대가 체계적인 커리큘럼과 전문 강사진을 지원하면서 국제무역과 문화·의료관광 등 다양한 분야의 국제교류 전문가 양성 사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장 센터장은 “아직 첫 단추를 끼운 걸음마 단계이지만 대구대를 만나면서 천군만마를 얻게 된 것 기분”이라고 말했다.

20년 가까이 결혼이민여성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눈물을 닦아준 장흔성 경상북도다문화가정지원센터장이 꿈꾸는 ‘다문화 대한민국’이 어느새 성큼 다가온 봄만큼 가깝게 느껴진다. 

구미=최태욱 기자 tasigi72@kukinews.com

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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