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안 된 통일은 '건강 재난'..."남북 보건의료협력해야"

준비 안 된 통일은 '건강 재난'..."남북 보건의료협력해야"

북한, 면역체계 없이 개방되면 막대한 인명 피해

기사승인 2019-03-14 02:00:00

최근 '하노이 담판' 결렬로 남북관계도 얼어붙은 가운데 정세와 상관없이 인도적 차원의 남북의료협력이 계속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남북보건의료 교류협력 왜 필요한가'를 주제로 열린 유라시아 보건의료 포럼 제6차 정책간담회에서 신희영 서울의대 통일의학센터 소장은 "남북한의 통일비용은 독일의 통일비용보다 많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특히 남북 간 서로 다른 질병 패턴이 다르고, 건강격차가 심각하다. 보건의료분야 협력을 통해 막대한 통일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고, 지금 해결해놓지 않으면 독일의 10배, 100배의 비용이 들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경우 결핵, 장티푸스, 류마티스열 등 세균성질환이 흔하다. 반면, 남한은 세균성 질환 유행기를 지나 1990년대 이후에는 독감 인플루엔자, 로타바이러스, 노로바이러스 등 바이러스 질환 유행기에 접어든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북한 주민들의 면역력이 전반적으로 낮은 현재 상황에서 남한의 바이러스성 질환이 북한에 유입되면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 산모의 70%가 영양결핍으로 모성사망률이 높고, 5세 미만 영유아 사망률이 남한의 14배나 높은 북한의 현실을 고려할 때 인도적 차원의 남북의료협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신 소장은 "북한 어린이 3분의 1이 만성 영양결핍이다. 영양결핍이 되면 면역이 떨어지고, 건강에 치명적인 상태가 된다. 잉카제국이 스페인 군대의 침입으로 어느날 갑자기 멸망하듯 북한의 개방도 보건의료측면으로 보면 어느날 갑자기 북한의 어린이 인구가 사라질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 평화체제와 이에 동반되는 남북 간 인력 교류와 왕래 시 서로 다른 질병 패턴과 감염성 질환에 대한 상호노출 가능성이 높으므로 본격적인 남북통합과 주민 통합을 대비해 남북이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건강안보(Health Security)개념을 내세웠다. 국경을 넘어 확산되는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건강안보 개념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그는 보건의료측면의 남북협력이 인도적 지원뿐만 아니라 보건의료분야의 연구 성과와 경제적 실익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신 소장은 "북한은 70년동안 고립된 사회로 의학연구분야에서는 보물섬과 같다. 연구자 입장에서 북한에는 엄청난 연구과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2년 전 중국의사가 개똥쑥에서 말라리아 치료제를 개발해 노벨상을 거머줬던 것처럼 북한의 상황을 잘만 연구하면 우리도 노벨상을 거머쥘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새 패러다임으로 남북이 공생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남한의 보건의료분야 지원에 대해 북한도 마음을 열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피력했다. 신 소장은 "북한에 의약품 등 선의의 차원에서 지원하려고 해도 북한이 지원을 거부하는 일이 아직 많다. 서로가 마음을 비우고 받아들여야 하는데 북한 정권은 열악한 보건의료현실이라는 치부를 들키기 싫으니 자존심이 상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남북 협력은 필수인만큼 남한은 정세와 상관없이 보건의료분야 협력을 지속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북한도 자존심을 내려놓고 마음을 열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적어도 보건의료분야만큼은 남북교류협력이 지속돼야 한다는 의견에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적극 공감했다. 이 교수는 "북한 주민들의 삶에 직접 연관이 되는 부분은 안보적 차원을 떠나 다가올 통일 시대의 통일 비용의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인도적 차원의 보건의료지원, 그리고 북한의 의학교육에 대한 투자도 통일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영역"이라며 "보건의료분야의 남북교류협력 지원을 지속하는 문제에서 만큼은 초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더했다.   

한편, 남북 정세와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보건의료 교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남북 보건의료 교류 협력 증진에 관한 법률'은 지난 2016년 11월 발의됐지만 아직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법안을 대표발의 한 윤종필  유라시아보건의료포럼 대표위원은 "이제 20대 국회가 중반을 넘어서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다. 변화하는 정세와 별개로  남북간의 보건의료 격차를 함께 줄여나가게 되길 희망한다"며 조속한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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