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동이 불편한 중증환자의 경우 24시간 간병은 9만5000원, 12시간 간병은 7만원입니다. 결핵이나 사지마비, 경추환자는 24시간 기준 10만원 이상으로 상황에 따라 협의해 결정하고 있습니다.”
한 대도시 대학병원에 간병인 신청을 문의한 결과다. 해당 병원은 현재 일부 병동에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서비스를 운영하는 병상은 거동이 가능한 경증환자에 국한하고 정작 간병이 필요한 환자에겐 간병인을 사적으로 고용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국민의 간병비 부담을 해소하면서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의료법 제4조의 2에 정한 바와 같이 보호자 등이 상주하지 않고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 등 간병지원인력이 입원서비스를 포괄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2007년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간병서비스 제도화에 나섰고, 2013년 7월 국고지원 방식의 ‘포괄간호서비스 시범사업’을 거쳐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중후군) 사태 이후 명칭을 ‘간호·간병통합서비스’로 바꾸고 2016년 9월부터 건강보험 영역으로 편입시켜 지금까지 13년째 사업을 시행·확대해가고 있다.
시범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에 따르면 2013년 13개 기관 1423개 병상으로 시작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2016년 건강보험 수가 시범사업으로 전환하며 300개 기관 1만8646개 병상으로 급증했고, 2018년 12월 28일까지 495개 기관 3만7288개 병상이 참여하고 있다.
문제는 지난 12년간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신청해 허가받은 3만7000여개 병상들의 대부분이 경증입원환자를 대상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전 병상에서 간호·간병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하대학교병원이나 메디플렉스 세종병원 등 전국 5~6개 병원을 제외하면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국민의 간병비 부담은 여전한 셈이다.
상황이 이럼에도 건보공단은 정부정책 방향인 병상 ‘확대’에만 매진하는 모습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보장성 강화정책에 따라 2022년 10만병상 확보를 위해 단계적으로 참여병상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당장 올해 1월부터 1개 기관당 2개 병동 80개 병상으로 제한했던 상급종합병원과 서울지역 의료기관의 참여제한을 4개 병동 160개 병상으로 늘리고, 1~3등급으로 제한했던 참여가능 간호등급도 폐지했다.
그러나 간병부담완화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 관계자는 “현재 서비스 제공병상의 다수는 경증환자가 맞다”면서도 “경증환자와 중증환자의 서비스 모형은 서비스 필요도가 달라 현재의 모형으로는 바로 적용이 힘들다. 연구용역 등을 통해 환자의 중증도를 감안한 새로운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 의료계 관계자들은 ‘대국민 사기’라고 평가했다. 한 의사는 “간호서비스와 간병서비스를 모두 제공하겠다는 선전과 달리 현행 사업은 간호만 있고 간병은 없다”며 “솔직히 간병이 필요 없는 환자에게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주머니를 터는 꼴”이라고 힐난했다.
또 다른 병원계 관계자는 “분명 간호·간병서비스를 통해 보호자나 간병인의 상주가 없어져 감염 확산 등의 우려는 줄었을 수 있다”면서도 “사업의 본 취지대로라면 감염에 취약하고 간병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우선 적용할 수 있도록 사업을 설계했어야 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