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프로포폴 상습투약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경찰과 병원의 대치가 장기화되고 있다. 이 가운데 의사들의 대표단체인 대한의사협회가 사법당국의 행태에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1일부터 현재까지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H성형외과에 보건소 직원을 대동하고 진료기록부와 향정신성의약품(마약류) 반출입대장 등의 임의제출을 요구하며 밤새 현장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3일째 병원은 “법원의 영장 없이는 진료기록부를 제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자료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의사협회는 23일 성명을 통해 “의사는 원칙적으로 환자의 진료정보를 공개할 수 없고, 환자의 진료기록부는 의료법 등의 법률에 근거해 판사의 영장 없이는 제출할 수 없으나 경찰 등이 2일에 걸쳐 밤을 새며 의료기관을 점거함에 따라 다른 환자진료에까지 심각한 방해를 받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행정조사와 수사절차의 한계를 지키지 않는 것은 법치주의의 근간인 적법절차를 훼손하는 것이며, 인권의 최후 보루인 영장주의를 침해하는 행위”라며 “경찰과 관할 보건소가 법치주의의 근간이 되는 법령을 준수해 환자의 진료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정부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의사협회 박종혁 대변인 겸 홍보이사는 “이 사건은 경찰과 보건소가 절차와 법을 무시한 채 의료기관에게 의료법과 개인정보법에 어긋나는 불법행위를 요구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이부진 사장과 관련된 프로포폴 상습투약 의혹을 밝히려는 목적이라면 법원의 영장을 신속하게 발부받아 조사하면 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아울러 “진료기록은 환자의 가장 민감한 건강정보로 의사가 임의로 타인에게 보여주거나 제공할 수 없다. 진료 중 알게 된 환자의 사정조차 발설하지 못하도록 법에서 엄금하고 있는 이유”라며 “여론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특정인도 아닌 의료기관이 보유한 진료기록 등을 모두 제출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향후 심각한 정보유출의 우려가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부진 사장은 2011년 마약류로 지정된 향정신성의약품인 수면마취제 ‘프로포폴’, 일명 우유주사를 2016년 1월부터 10월까지 상습투약해온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경찰은 H 병원의 프로포폴 관리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내사에 착수했고, 강제수사에 나설지 여부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