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씨 부모살해사건’을 수사한 경기 안양동안경찰서는 26일 주범격 피의자로 김다운씨(34)를 경찰에 송치했다.
김씨의 범행은 치밀하게 짜인 한 편의 각본이었다. 조사에서 김씨는 계속해서 우발적 살인이었다고 주장했으나, 경찰은 이 사건이 계획범죄였다고 결론 내렸다. 실제로 범행 경위를 살펴보면, 김씨는 범행을 사전에 철저히 준비했으며 대피로까지 확보했다.
범행 이전, 김씨는 미국에서 7년 정도 거주하다 지난 2017년 7월 귀국했다. 자신의 어머니 집에 머물며 한 중소기업에 다니기도 했으나 이내 그만뒀다. 무직으로 지내던 김씨는 이씨가 불법주식거래와 투자유치 등으로 막대한 돈을 가로챈 소식을 접했다. 김씨는 수감 중인 이씨가 벌어들인 돈을 이씨의 부모가 관리하고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후 김씨는 이씨의 부모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씨는 범행을 위해 인터넷 구직 사이트를 통해 중국 동포 3명도 사전에 모았다. 범행 시행 일자를 지난달 25일로 정하고, 사전에 이씨 아버지 소유의 벤츠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달고, 동선을 살폈다. 이후 김씨 등은 이씨 부모가 귀가하는 시기를 노려 경찰을 사칭해 집으로 따라 들어갔으며, 살해 후 5억원이 든 가방을 가로챘다.
경찰이 김씨의 범행을 계획범죄로 결론 짓게 된 핵심적 근거는 살해 이후 행동에서 나왔다. 김씨는 살해 이후 현장을 사전에 준비한 락스를 이용해 정리했다. 해당 락스는 김씨가 범행 당일 오후 12시40분 경 자신의 집 근처에서 구매한 것이다. 경찰이 락스통을 비롯해 범행 도구를 미리 준비한 것에 대해 추궁하자, 김씨는 제대로된 해명을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씨의 부모를 살해한 이후 챙겼던 5억원도 김씨가 대부분 가져간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전반의 핵심 설계자이자, 최대 수혜자였던 것이다.
김씨는 또 이씨 동생을 상대로 한 추가 범행 및 밀항을 위해 흥신소에 8000만원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추가범행은 실패로 돌아갔고, 밀항해 달아나려던 김씨는 결국 이씨 동생의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선 경찰에 붙잡혔다.
지영의 기자 ysyu101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