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불꽃을 태운다는 심정으로 시민들을 위해 봉사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시장님이 시정을 순조롭게 수행할 수 있는 토대를 닦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을 생각입니다.”
경기도 고양시 이봉운 제2부시장(66·사진)이 자신의 임기 6개월여를 남기고 자신의 각오를 밝혔다. 3선 시의원에서부터 고양시 여러 단체장과 기관장을 거친 뒤 현재 제2부시장으로서 공직생활을 정리해가면서 전에 없이 특별한 감정이 생긴다는 것이다.
지난 27일 집무실에서 만난 이 부시장은 스스로를 ‘복 많은 사람’이라고 했다. 여러 가지로 부족한데도 주위로부터 받은 과분한 사랑과 성원 덕분에 20여 년간의 고양시 여러 공직을 무난히 감당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고양시에서 여러 공적인 직책을 맡아 일하면서 고양시민과 공직자들에게 너무 많은 은혜를 입었습니다. 아무래도 다 갚기는 어렵겠지만 조금이라도 더 갚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볼 생각입니다.”
실제로 이 부시장의 따뜻하고 원만한 대인관계는 널리 알려져 있다. 소통을 세상 모든 일의 기본이라고 여기는 그는 누구든 만나 대화하는 일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많은 고양시 공무원들은 이 부시장에 대해 ‘일하기 편하게 해주는 스타일’이라고 평가한다.
“모든 일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므로 상대방과 함께 이뤄내기 위한 다방면의 네트워크가 필요합니다. 내 의사를 전달해 설득하고 협의하는 것이 소통인데, 결코 쉽지 않은 일이죠. 그래도 공직에서는 소통이 필수적으로 필요합니다.”
이 부시장은 자신의 공직생활 마지막이자 현재의 직책인 ‘제2부시장’에 대한 나름대로의 이론과 철학을 갖고 있다. 물론 고양시 직제 상에 업무의 관할범위 등이 정리돼 있지만 그는 시장 보좌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시장이 원활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제2부시장의 가장 우선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공무원들로 하여금 책임감과 창의성을 갖고 일하도록 이끌면서 시장의 시정방향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남은 임기 동안 시장이 안정된 시정을 펼칠 수 있는 토대를 닦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이 부시장은 민선 6기 때 공모로 뽑힌 정무직 공무원이다. 그래서 현재의 민선 7기 들어서 자신의 진퇴를 거론하는 이들이 간혹 있다. 정치적인 논리로 소위 ‘흔들기’를 하는 이런 현상에 대해 그는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자세다.
“저의 진퇴를 놓고 설왕설래가 있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고 1년 6개월여 전 공모에 응할 때 가졌던 초심을 붙들고 일할 생각입니다. 내가 나고 자라고 지켜온 고양시의 발전을 위해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명예롭게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이 부시장은 그야말로 ‘골수’ 고양 토박이다. 고양군 송포면 덕이리(현재의 일산서구 덕이동)에서 태어나 자란 그의 집안은 그곳에서 300여년 대를 이어왔다. 지금도 인생의 온갖 추억이 서려 있는 그곳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부시장의 고향 사랑과 자부심은 각별하다. 덕분에 그가 거친 여러 공직 수행에 대한 평가는 뛰어날 정도다. 특히 6년 반 동안 고양국제꽃박람회를 지휘하면서 굳건한 반석에 올려놓은 공로는 대내외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고양시가 한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라는 소리를 듣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고양=정수익 기자 sagu@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