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반항장애를 앓는 국내 초등학생 10명 중 4명이 ADHD를 함께 가지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ADHD와 적대적반항장애의 공존병리는 선진국에서 통상 25~30% 내외로 보고된다. 이와 비교해 한국 초등학생의 공존병리 유병율인 40%는 매우 높고 심각한 결과다.
3일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제 4회 ADHD의 날(매년 4월 5일)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소아청소년 ADHD와 공존병리의 상관관계'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대학교 김붕년 교수 연구팀은 2016년 9월부터 약 1년 6개월간 전국 4대 권역(서울, 고양, 대구, 제주)의 소아청소년과 그 부모 4057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실태 확인을 위해 진행한 역학조사를 분석했다.
전국 4대 권역의 만 13세 미만 초등학생 1138명을 조사한 결과, 초등학생 10명 중 5명은 적대적 반항장애(19.8%)를 앓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07년 조사(9.8%)에 비해 1.5배에서 2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특히 ADHD와 적대적 반항장애를 함께 갖는 공존병리 유병률은 40%였다. ADHD와 적대적 반항장애 유병률이 선진국에서 25~30%에 그치는 데 비해 높은 결과다. 또 초등학생 10명 중 1명이 ADHD로 확인됐는데, ADHD 아이들 중 적대적 반항장애 유병률도 40%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치료하지 않은 ADHD가 반항장애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ADHD 환자에게 나타나는 과잉행동이나 충동성 등 증상이 적절한 진단과 치료 없이 제제당하기 쉽고, 이렇게 유아기부터 쌓인 스트레스가 성장과정에서 적대적 반항장애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김붕년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대회협력이사는 "지난 10년 사이 초등학교 친구들이 행동조절이나 감동조절에대한 문제들을 더 많이 갖게 된 것으로 우려된다. 적대적 반항장애 등 공존질환에 가려져 ADHD라는 기저질환이 치료되지 않는 현상과 연관이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초기 반항장애가 생기는 가장 큰 이유는 관계형성에서의 어려움과 기질적 특성이다. 기질적 특성을 제하고 관계형성 문제에서는 양육과 교육환경에서 갈등이나 강압, 부정적 피드백이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ADHD 소아의 경우 양육과정에서 부모가 강압적 통제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많이 온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초기에 치료적 개입없이 부모 혼자 ADHD 아이를 관리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 과정에서 강압적 양육태도를 취하기 쉬운 상태가 되고, 아이는 내면적 분노와 훈육에 대한 적개심이 높아지면서 반항장애 리스크가 증가한다. 즉 ADHD 선행치료 없이 적대적 반항장애 증상 개선은 어렵고, 방치할 경우 성장과정에서 보다 심각한 문제로 나타날 수 있다 "고 말했다.
반항장애와 ADHD는 증상이 비슷하지만 차이가 있다. 반항장애에서는 즉각적 감정표현과 공격성향이 두드러진다. 단 반항장애와 함께 주의력 결핍과 산만함, 회피, 과잉행동, 관계형성의 어려움을 보인다면 ADHD가 반항장애의 원인질환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국내 소아청소년이 ADHD를 비롯한 정신건강 문제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상담을 받은 비율은 불과 3.1%에 불과했다.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과 약물치료의 두려움이 진단과 치료를 가로막고 있는 것. ADHD는 전생애주기에 영향을 미치므로 치료가 늦어질 경우 제대로 된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김봉석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이사장(상계백병원)은 "ADHD는 전생애주기에 걸쳐 다양한 증상으로 발현되어 일상뿐 아니라 주변이나 사회경제적으로도 영향을 주고 있어 조기진단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며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두려워 증상이 나타남에도 진단 및 치료를 받지 않으면 더 악화된 상황을 초래한다. 편견없는 시선으로 환자를 바라보는 전 사회구성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