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박삼구 등 그룹오너, 주가엔 악영향

조양호·박삼구 등 그룹오너, 주가엔 악영향

기사승인 2019-04-05 07:11:32

얼마 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항공 회장이 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오너 리스크 문제가 다시 이슈가 되고 있다. 오너 리스크는 기업 총수가 독단적인 경영으로 물의를 빚거나 법적 위반 등으로 인해 기업의 경영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의미한다. 

조양호, 박삼구 두 사람은 회사의 오너이면서도 경영자로서 활동해 왔던 인물로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또한 경영자로서 자질 문제 외에도 외부적인 리스크 문제로 도마에 자주 오른 이들이기도 하다. 

재계에서는 재벌 총수의 공백에 따른 경영상의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한화의 김승연, SK 최태원 회장 등이 법위반으로 구속될 때마다 재계는 늘 사업 공백 가능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오너의 행위로 회사의 신뢰가치에 타격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 조양호·박삼구 퇴진…오너가 위기관리 부재로 주가 악영향=지난달 국내 양대 항공업종의 최고경영진들이 주주총회를 통해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달 27일 열린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연임안이 부결되며 대표이사직을 내놓게 됐다. 당시 주총에서는 대한항공 지분 11.56%를 갖고 있는 국민연금과 기관투자자, 외국인, 소액주주들이 그의 연임을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또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항공그룹 회장은 지난달  28일 주총을 통해 스스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최근 그룹 내 핵심 계열사 아시아나항공이 감사보고서 ‘한정’ 의견을 받아 주식거래가 정지되자 ‘용퇴’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두 항공기업 오너의 퇴장을 두고 ‘오너 리스크 관리 부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의 최대지분을 쥐고 있는 조양호 일가는 지난해 ‘갑질’ ‘탈세’ ‘이중국적’ 등 각종 논란으로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지난해 조현민 전무의 ‘물컵’ 사건을 계기로 조 씨 일가의 비상식적 언행이 언론에 공개됐다. 조현민 전무의 갑질을 비롯해 조 씨의 어머니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의 폭언·폭행 등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 같은 논란은 곧바로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대한항공은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 논란이 불거지면서 주가가 크게 흔들렸다. 조 전무가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음료를 뿌리고 폭언을 했다는 의혹이 처음 보도된 12일부터 경찰이 조 전무에 대한 정식 수사에 착수한 17일까지 4거래일 동안 대한항공 주가는 6.13% 떨어졌고 시가총액은 2080억원 감소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경우 ‘기내식 대란’ ‘황제의전’ 등의 논란이 있었으나 본질적으로는 재무건전성 위기에 따른 사퇴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는 평가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핵심 계열사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감사보고서 ‘한정’ 의견을 받으며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유동성위기와 관련한 세간의 우려에 대해 “재무안정성이 대폭 개선됐다”고 해명했으나 결국 거래정지 사태를 맞이했다.

업계에서는 한 때 알짜 기업으로 불리는 아시아나항공이 재무상황이 흔들린 까닭은 바로 박 회장의 ‘대우건설 인수’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금호아시아사그룹은 지난 2006년 11월 대우건설(인수가 6조4000억원), 2008년 3월 대한통운(인수가 4조1000억원)에 각각 사들였다. 다만 무리한 차입을 통한 인수 와중에 글로벌 금융위기를 만나면서 그룹은 위기에 빠졌다. 아시아나항공도 이 과정에서 계열사 지원에 동원됐다. 박 회장은 2009년 7월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다시 1년 뒤 복귀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논란이 수그러들 시기를 저울질해 복귀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과거에도 박삼구 회장이 한 번 퇴진했다가 경영일선에 복귀한 적이 있다. 이번에도 그렇다면 시장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 오너 일가 공백, 주가는 반비례…장기적으로 계열사엔 부정적=그동안 재벌기업의 오너들이 불법행위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일은 비일비재했으나 CJ 이재용 회장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집행유예로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재용 부회장도 현재 1심에서 징역 5년형을 받았으나 2심에서 집행유예로 그쳤다. 또한 징역형을 선고받아도 나중에 사면을 받는 일이 대부분이다. 이는 재벌 오너의 공백이 장기화되면 기업과 국가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지난 몇 년 간 대기업 총수들의 법적 구속에도 불구하고 주가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과 상관없이 주가와 실적에서 상승세를 탔다.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 지난 2017년 2월 17일 전날 삼성전자 주가는 189만6400원이었으나 징역형을 선고 받은 지난달 25일 주가는  235만1000원으로 23.97% 상승했다. 

한화그룹도 2012년 8월16일 김승연 회장이 위장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로 구속됐을 당시 주가가 일시적으로 흔들렸으나 장기적으로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 

김 회장이 구속 당시 한화그룹의 주가는 3만100원이었으나 1년 후 3만1850원으로 주가가 반등했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횡령 배임 혐의로 구속됐을 당시(2013년 1월31일) 기업의 주가는 10만3500원이었다. 최 회장의 구속 이후 2달 가까이 9만원대로 하락했으나 5월 말부터 주가가 10만원대로 회복했다. 구속 1년 시점에는 12만5000원으로 상승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은 이미 시스템화 되어 있기 때문에 총수의 부재 보다는 기업의 펀더멘탈이 주가에 더 영향을 받는다”면서 “총수 구속 이후 불확실성으로 인한 일시적인 하락 현상은 있지만 곧 회복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총수의 구속과 사회적 물의는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한화그룹의 경우에는 김승연 회장 뿐만 아니라 2세 경영인들이 사건사고에 휘말려 사회적 지탄 대상이 됐다. 김승연 회장의 차남 김동원과 막내 김동선 씨는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올랐다. 현재 한화생명의 상무인 김동원은 지난 2011년 교통사고를 낸 이후 구호조치 없이 도주한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고 이후 2014년에도 대마초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막내인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도 두차례의 폭행 사건으로 여론에 오르곤 했다.

다만 총수 일가의 부재가 장기화될 경우에는 계열사 투자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넥스트소사이어티재단이 지난 2015년 발표한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이 기업경영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총수의 기소시점에서는 계열사 수익률이 4.36%로 나타났지만 재판시점에서는 1.16%로 하락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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