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어느 때인데, 참으로 시대역행적이다.”(고양시민) “이해하기 어렵다. 뭔가 착오가 있겠지.”(고양시 공무원) “도무지 개념이 없는 처사다. 묵과할 수 없다.”(시민단체 대표) “시장이 시 예산으로 신접살림이라도 차리려나…”(고양시의회 의원)
경기도 고양시가 5억4000여만 원의 예산을 들여 이재준 시장 관사 제공을 추진한 사실이 알려지자 고양시 전체에 부정적인 여론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시민과 시민단체는 물론 공직자와 시의회 의원들까지 비난과 반발 일색이다.
특히 이 시장 본인과 배우자, 부모 등 직계존비속의 재산이 17억5500여만 원으로 신고된 사실과 관련해 크게 분노하는 이들도 많다. 두 명의 전임 민선시장도 살지 않았던 관사가 왜 지금에서야 필요한지 이해할 수 없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런 부정적인 여론은 최근 고양시가 시의회에 이 시장 관사 임차를 위해 5억4170원의 필요예산을 올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일어났다.
임차보증금 4억6000만원과 인테리어 비용 2200만원, 물품구입비 2300만원 등 5억500만원에다 1년 동안의 관사 운영비 2135만원, 집기 및 소모품비 500만원, 이사비용 200만원, 부동산 중개수수료와 등기비용 250만원, 관리 및 공공요금 585만원 등을 더한 금액이다.
이 예산안은 이미 해당 상임위를 통과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의를 거쳐 10일 의결되면 11일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사실 고양시의 이번 시장 관사 제공 추진은 누가 봐도 이해하기 어려운 민심역행이자 시대역행적 처신이다.
민선시대에 들면서 광역자치단체들도 시도지사의 관사를 없애는 대신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고,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거의 사라지는 추세인 것이다.
더구나 이번 민선 7기 들어 경기도 과천시에서 시장 관사로 전세 아파트를 얻었다가 호되게 당하고, 경북 구미시에서는 시장 관사를 제공하기 위해 3억5000만원의 예산을 시의회에 올렸다가 해당 상임위에서 전액 삭감당하는 수모를 겪은 전례까지 있다.
이에 고양시는 어르신을 모시고 사는 이 시장의 단독주택에 직원들과 민원인들이 수시로 드나들기 때문에 보안이나 안전에 문제가 있어 관사 임차를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또한 설득력이 약하다. 백번 양보해서 이 시장에게 꼭 아파트 임차가 필요했다고 치더라도 굳이 시 예산으로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거기다 한 시의원이 “신접살림을 차릴 정도”라고 할 정도의 거액의 인테리어와 물품구입비에다 제반 관리비용과 요금, 이사비와 중개수수료까지 내줘야 하느냐는 것이다.
고양시 비리행정척결운동본부 고철용 본부장은 8일 “17억 원이 넘는 재산을 신고한 이 시장이 시민의 혈세로 관사를 얻으려고 했다는 데 대해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면서 “그의 도덕성에 심각한 의문을 가지면서 절대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양시 일산동의 우용국씨는 “시민운동가와 경기도의원으로 열심히 일한 이재준 시장에게 큰 기대를 걸었는데 실망스럽다”면서 “고양시와 이 시장은 지금이라도 시민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새로운 자세로 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적으로 민선 기초단체장의 경우 거의 자신의 거주지에서 출마하기 때문에 자택에서 출퇴근하면서 예전 관선 때 쓰던 관사를 매각하거나 다른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고양시에도 덕양구 주교동에 단독주택으로 된 시장 관사가 있었으나 전통예절 등을 교육하는 ‘예절원’으로 바뀌었다가 지금은 재건축을 통해 어린이집으로 활용되고 있다.
고양=정수익 기자 sagu@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