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낙태 1년에 5만건...사후관리받은 여성 절반도 안 돼

국내 낙태 1년에 5만건...사후관리받은 여성 절반도 안 돼

기사승인 2019-04-11 15:56:29

낙태죄에 대해 헌재가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 가운데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달 14일 발표한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결과가 주목된다.

조사에 따르면 2017년 인공임신 중절률(1천명당 임신중절 건수)은 4.8%로, 한해 시행된 인공임신중절은 약 4만9764건으로 추정됐다.

조사 결과, 낙태한 이유(복수응답)로는 '학업, 직장 등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가 33.4%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제 상태상 양육이 힘들어서(고용 불안정, 소득이 적어서 등)' 32.9%, '자녀계획(자녀를 원치 않아서, 터울 조절 등)' 31.2% 등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파트너(연인, 배우자 등 성관계 상대)와 관계가 불안정해서(이별, 이혼, 별거 등)' 17.8%, '파트너가 아이를 원하지 않아서' 11.7%, 태아의 건강문제 때문에' 11.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나의 건강상태에 문제가 있어서' 9.1%, '나 또는 파트너의 부모가 인공임신중절을 하라고 해서' 6.5%, 강간 또는 준강간으로 임신했기 때문에' 0.9% 등이었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성 경험이 있는 여성은 7320명(73%), 임신 경험이 있는 여성은 3792명(38%)이었는데, 이 가운데 낙태 경험 여성은 756명으로 성 경험 여성의 10.3%, 임신 경험 여성의 19.9%를 차지했다.

낙태 경험 여성의 낙태 당시 평균연령은 29.4세로 나타났다. 연령별로 보면 25∼29세 227명(30%), 20∼24세 210명(27.8%)으로 20대가 절반 넘게 차지했다. 30∼34세 172명(22.8%), 35∼39세 110명(14.6%), 40∼44세 23명(3.1%), 19세 이하가 13명(1.7%) 순이었다. 이런 낙태 추정치는 2005년 때(34만2433건)의 약 7분의 1, 2010년 조사 때(16만8738건)의 약 3분이 1수준이다.

보사연은 낙태가 줄어든 이유로 피임이 많이 보급돼 폭넓게 활용되고 응급(사후)피임약도 많이 쓰이며, 만15∼44세 여성 인구가 지속해서 줄어든 점을 꼽았다.

낙태를 한 당시 연령은 17세부터 43세 사이로 평균 28.4세였다. 당시 혼인상태는 미혼이 46.9%로 가장 많았고, 이어 법률혼 37.9%, 사실혼‧동거 13.0%, 별거‧이혼‧사별 2.2% 순으로 많았다.

전체 임신중절경험자 중 수술만 받은 여성은 90.2%, 약물 사용자는 9.8%였다. 약물의 경우 미프진 등 자연유산유도약이나 유사약 등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지인·구매대행(22.6%), 온라인(15.3%) 등을 통해 구매하거나 위궤양에 사용되는 약물(싸이토텍 등 자궁수축유발) 등을 의사처방(62.1%) 받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약물사용자 74명 중 53명이 약물로 인공임신중절이 되지 않아 의료기관 등에서 추가로 수술을 실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받은 지역은 주거지 근처가 64.7%로 가장 많았고. 이어 주거지와 가까운 타 시·도 25.1%, 주거지와 먼 타 시·도 9.9%, 해외 0.3% 순이었다. 수술을 위해 방문한 의료기관 수는 평균 1.51회로 집계됐다. 

지출한 인공임신중절 비용은 30~50만원 미만이 41.7%로 가장 많았다. 이어 50~100만 원 미만 32.1%, 30만 원 미만 9.9% 순으로 응답률을 보였다.

인공임신중절 이후에 적절한 휴식을 취했다고 응답한 여성은 낙태 경험 여성 중 47.7%로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인공임신중절 이후 8.5%가 자궁천공, 자궁유착증, 습관유산, 불임 신체적 증상을 경험했으나 이 중 43.8%만 치료를 받았다고 응답했다. 54.6%는 죄책감, 우울감, 불안감, 두려움, 자살충동 등의 정신적 증상을 경험했으나 이 중 14.8%만이 치료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신체적, 정신적 증상이 있었지만 치료받지 않은 이유로는 “치료받을 정도로 증상이 심각하지 않아서”가 46.3%,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가 22.8%, “치료받으러 의료기관에 가는 것이 부끄럽고 창피해서”가 12.8%를 차지했다.

인공임신중절 전후 의료적 상담은 97.5%의 응답자가 필요하다고 했으며, 의료상담 이외에 심리·정서적 상담에 대해서는 97.7%의 응답자가, 그리고 출산·양육에 관한 정부의 지원 정책과 관련된 상담의 경우 96.7%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보사연이 2018년 9월 20일∼10월 30일 만 15∼44세 여성 1만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방식으로 낙태실태를  조사한 결과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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