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1주년 맞추려?” DMZ 둘레길, 안전·환경파괴 우려 여전

“남북정상회담 1주년 맞추려?” DMZ 둘레길, 안전·환경파괴 우려 여전

기사승인 2019-04-19 06:40:00

‘금단의 땅’ 비무장지대(DMZ)가 민간에 개방된다. 남북 분단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시민 안전과 생태계 파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오는 27일부터 동부 지역인 강원 고성을 시작으로 DMZ 등 군사지역 일부 구간을 개방한다. 정부의 ‘DMZ 평화 둘레길’(둘레길) 사업의 일환이다. 정부는 지난달 “둘레길 개방은 ‘9·19 군사합의’ 이후 조성된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를 반영한 것”이라며 “평화와 안보 현주소를 생생하고 특별하게 경험할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둘레길 조성을 위한 사업비 일부는 남북협력기금을 통해 지원된다. 43억8150만원 규모다. 

둘레길 대상 지역은 고성(동부)과 강원 철원(중부), 경기 파주(서부) 등 3곳이다. 고성 둘레길은 통일전망대에서 출발, 해안철책을 따라 금강산전망대를 둘러보는 코스다. 도보와 차량으로 이동한다. 철원 둘레길은 백마고지 전적비에서 출발, DMZ 남측 철책길을 따라 공동유해발굴 현장과 인접한 화살머리고지 소초(GP)까지 차량 방문하는 구간이다. 파주 둘레길의 경우 임진각에서 출발, 도라전망대를 경유해 철거된 GP까지 둘러볼 수 있게 조성될 예정이다.

관건은 방문객 안전 보장 여부다. DMZ는 남북한의 군부대가 정기적으로 수색, 정찰 임무를 수행하는 곳이다. 충돌 가능성이 상존한다. 철책 이남에 있는 고성 둘레길을 제외하고 철원과 파주 둘레길은 철책 너머 최전방 GP까지 민간인들이 접근할 수 있다. 일부 구간은 북한 GP와 불과 1.5km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 중화기 유효 사거리에 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8년 발생한 ‘박왕자씨 피살 사건’이 재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이뿐만 아니다. 탐방로 동선에 미확인 지뢰 지역이 포함된 점도 위협 요소다. 

정부 대응은 오히려 국민의 불안을 키웠다. 국방부는 당초 방문객에 군단 특공연대가 따라붙어 경호를 제공하고, 방탄조끼와 방탄 헬멧을 제공한다는 방안을 내놨다. 우려 불식에는 역부족이었다. 정부가 북한과 관광객 신변안전 조율 없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DMZ를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유엔사)와의 협의도 마치지 못했다. ‘졸속 추진’ 비판이 쏟아지자 정부는 둘레길 사업 발표 전날인 지난 2일 계획을 급히 수정했다. 본래 고성과 철원, 파주 지역을 이달말 모두 개방하기로 했으나 DMZ로 진입하지 않는 고성 지역만 시범운영하기로 계획을 바꿨다. 파주, 철원 지역 둘레길 운영은 보류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둘레길 3개 지역 모두 미확인 지뢰 실태 파악을 마친 상태”라며 “유엔사 공식 승인의 경우, 고성은 지난 1992년에 이미 받았다. 철원과 파주도 협의 중이긴 하지만 거의 마무리 단계에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방부 차원의 안전보장 대책은 모두 준비됐으며 파주와 철원 둘레길은 단지 행정상 준비가 남았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민간 개방으로 인해 DMZ 생태계가 파괴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DMZ는 지난 60여년간 민간인의 출입이 없었던 곳이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덕에 전 세계 유일이자 최대 규모의 원시 온대림이 조성돼 있다. 지난해 6월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의 조사에 따르면 DMZ 일원에는 포유류, 조류, 어류, 식물 등 총 5929종의 생물이 서식 중이다. DMZ에서 발견된 멸종위기 야생생물은 101종에 달한다. 국제적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산양과 사향노루, 재두루미, 삵, 어름치 등은 DMZ 일원에 터를 잡고 있다. 

DMZ 개방 이후에도 멸종위기 야생생물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환경운동단체 등은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사람의 소음이나 냄새, 자동차의 매연 등이 생태계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일 관광객의 숫자가 너무 많다는 지적도 있다. 고성 둘레길의 관광객은 하루 최대 200명이다. 군사시설보호구역이었다가 지난 2007년 민간에 개방된 경기 고양 장항습지의 경우, 하루 관광객을 최대 8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김춘이 환경운동연합 부총장은 둘레길 개방에 대해 “남북정상회담 1주년에 맞춰 서두른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꼬집었다. 그는 “해외에서는 야생동물 보호구역 등을 탐방할 시 향수와 화장, 옷의 색깔까지도 제한한다”면서 “둘레길 탐방에는 방문객을 대상으로 한 환경 교육 방안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난개발을 막기 위해 둘레길 개방 이전에 DMZ 일원을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둘레길 개방과 관련해 DMZ의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둘레길 내에는 시설물의 설치를 최소화할 것”이라며 “생태계 변화를 감시할 조사 체계를 구상 중이다. 무인 생태 관찰 장비 등을 놓고 상시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광객은 가이드 등의 지도에 따라 정해진 경로로만 탐방할 수 있다”며 “심각한 훼손 등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진용, 이소연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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