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심과 상술 사이”…방탄소년단 ‘피규어’ 내놓은 이마트, 첫날 ‘썰렁’

“팬심과 상술 사이”…방탄소년단 ‘피규어’ 내놓은 이마트, 첫날 ‘썰렁’

조용했던 ‘방탄’ 피규어 출시 첫날…살짝 '김' 빠진 이마트 [르포]

기사승인 2019-04-19 04:00:00

“팬분들이 줄이라도 서 계실 줄 알았는데...” 

이마트가 18일 오전 10시 그룹 방탄소년단 피규어의 첫 매장 판매를 시작했지만, 기대됐던 ‘팬심’ 특수는 없었다. 기자는 큰 인기를 예상해 이날 아침부터 용산점을 들렀으나, 현장에는 사진기를 들고 있던 이마트 관계자 1명과 타 언론사의 사진 기자 1명만이 있을 뿐이었다. 이들 역시 ‘피규어’를 사기 위해 몰리는 ‘팬들’의 사진을 찍기 위해 미리부터 와 있던 것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몇몇 팬분께서 줄이라도 서 계실 줄 알았는데, 생각 외로 적은 것 같다”면서 멋쩍게 웃었다. 30분가량을 더 대기했지만, 이를 구입하러 오는 손님은 없었다. 오히려 기자가 용산점에서 방탄소년단 피규어 ‘굿즈’를 구입한 첫 손님이 됐다. '굿즈'란 원래 상품이라는 뜻이지만 최근에는 연예인 관련 소품, 사진, 액세서리 등을 일컫는 말로 쓰인다. 

11시 반께 도착한 인근의 청계천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진열만 고스란히 되어있을 뿐 손님들의 손이 닿은 흔적은 없었다. 왕십리점과 성수점도 다르지 않았다.

오후 3시가 가까울 무렵, 성수점에서 피규어를 구입하는 한 고객을 처음으로 만날 수 있었다. 자신을 방탄소년단의 팬이라고 밝힌 그는 일부 피규어를 골라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는 “방탄 피규어를 판매한다고 해서 매장에 들러봤다”면서 “친구의 부탁을 받고 몇 개를 더 구입했다”라고 답했다. 그 외의 손님은 성수점에서 마주치기 어려웠다. 

평일 시간인데다, ‘방탄소년단’의 주 팬층이 10대~20대인 것을 감안해, 하교 시간인 오후까지 시간을 갖고 좀 더 기다리기로 했다. 이후 6시를 넘은 시각 용산점, 청계천점, 왕십리점, 성수점을 재방문했지만 역시 차분한 분위기였다. 드문드문 제품은 나간 듯했으나. 오전의 매대 상황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방탄소년단이 인기가 없는 걸까, 이마트가 인기가 없는 걸까. 첫날 반응만 보면, ‘방탄’을 내건 것 치고 이마트 입장에선 살짝 김이 빠진 모양새다. 보통 ‘아이돌 굿즈’는 출시 족족 품절을 일으키며 ‘이슈’가 되기 때문이다. 이마트 입장에서 특히 ‘방탄소년단’은 믿을 만한 흥행 ‘보증수표’였을 터다. 많은 인기를 예상해 1인당 멤버별 각 1개씩이라는 제품 구매 제한도 두었었다.

특히 이마트는 ‘팬덤(fandom, 팬들 사이의 문화)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이번 ‘방탄 피규어’에 상당한 공을 들인 바 있다. ‘팬덤’이 소비시장의 새로운 키워드로 떠오른 데다, 관련 상품을 통해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세대를 오프라인으로 이끌겠다는 복안도 깔려있었다. 본 제품을 출시하며 이마트 측은 피규어와 캐릭터 상품군의 비중도 늘리겠다고도 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첫날이다 보니, 인기가 저조했을 수 있다”면서 “좀 더 판매 추이를 살피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정확한 수량은 알지 못하지만, 해당 피규어는 지난 3월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빅히트샵‘을 통해 예약 판매를 진행했을 당시, 준비한 상품이 모두 완판 되기도 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아이돌 굿즈’는 이마트뿐 아니라 다수의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분야다. 아이돌의 이미지를 캐릭터화한 피규어 뿐 아니라 앨범, 티셔츠, 화장품, 목도리·장갑 등 그 영역이 다양하게 넓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팬심을 이용한 상술’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게 일고 있다. 최근에는 ‘방탄소년단 랜덤 포토카드'가 과도한 상술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 

성수점에서 만난 한 모자는 방탄소년단 피규어를 두고 “'방탄'이 유명한 것은 알겠지만, 하나에 16,800원이란 가격은 비싼 감이 있는 것 같다”라면서 “멤버 별로 종류가 7가지나 되는데 팬 중에는 이를 전부 구입하는 사람도 있을 것 아니냐”라고 혀를 찼다. 이어 “완구 코너에 같이 위치해 이를 사달라 조르는 아이들도 더러 있지 않겠나”라고 우려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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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t107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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