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교회·호텔 연쇄 폭발 사건의 배후가 누구인지에 대해 추측이 분분하다.
2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스리랑카의 수도 콜롬보와 주변 지역에선 이날 오전부터 모두 8차례에 걸쳐 폭발이 발생했다.
특히 콜롬보 시내나 인근에선 부활절 예배 중이던 가톨릭교회와 외국인이 많이 찾는 호텔 여러 곳이 공격을 받았다.
경찰은 최소 2건의 폭발은 자살폭탄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지만, 21일 오후 현재까지 배후를 자처하는 단체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스리랑카는 인구의 74.9%를 차지한 싱할라족과 타밀족(11.2%) 간에 내전이 벌어져 26년만인 2009년 종식될 때까지 10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아픈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현지에선 이번 사건의 경우 민족갈등보다는 종교적 이유로 발생한 테러일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나온다. 스리랑카 인구의 6% 남짓인 가톨릭 신자는 싱할라족과 타밀족이 섞여 있어 민족갈등과 관련해선 오히려 중재역에 서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발생 시점이 가톨릭 기념일인 부활절 예배 시간에 맞춰진 것도 이런 주장에 무게를 싣는다.
다만, 주동자들이 누구일지 추측하기는 쉽지 않다.
스리랑카 주민 대다수(70.2%)는 불교를 믿으며, 힌두교도와 무슬림이 각각 12.6%와 9.7%씩을 차지한다.
스리랑카의 불교도와 힌두교도, 무슬림은 서로 반목하는 사이이지만, 16세기부터 포르투갈과 네덜란드, 영국에 식민지배를 당하면서 탄압을 당한 경험 때문에 기독교에는 공통으로 적대감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가운데 AFP통신은 열흘 전인 이달 11일 푸쥐트 자야순다라 스리랑카 경찰청장이 “NTJ(내셔널 타우힛 자맛)이 콜롬보의 인도 고등판무관 사무실과 함께 주요 교회를 겨냥한 자살 공격을 계획 중이라고 외국 정보기관이 알려왔다”는 내용의 보안 경고문을 경찰 간부들에게 보냈다고 보도했다.
NTJ는 불상 훼손 사건으로 작년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한 스리랑카의 무슬림 과격 단체다.
이날 발생한 8건의 폭발 중 대부분이 콜롬보 시내나 인접 지역에서 벌어졌고, 콜롬보에서 멀리 떨어진 동부 해안의 바티칼로아의 기독교 교회에서도 폭발이 일어났는데 바티칼로아는 주민 25.5%가 이슬람을 믿는다. 바티칼로아는 스리랑카에서는 상대적으로 무슬림 비율이 높은 지역인 셈이다.
그러나, 과거 내전 당시 타밀족이 바티칼로아가 자신들의 땅이었다며 무슬림 민간인을 학살한 전례나, 극우성향 불교도들이 소수종교를 탄압하는 사례가 최근 늘어왔다는 점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아직은 특정 종교나 세력에 무게를 두기가 쉽지 않다.
이슬람국가(IS) 등 국제테러조직이 관여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스리랑카의 맬컴 란지트 추기경은 공격을 주도한 자들이 현지 단체인지, 국제테러단체인지 불분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