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들어가야 하나"..원인 모를 만성 두드러기에 환자들 고통

"산에 들어가야 하나"..원인 모를 만성 두드러기에 환자들 고통

6주 이상 계속되면 의심··· 발병 후 삶의 질 저하 심각

기사승인 2019-04-25 04:00:00

“직장을 그만두고 산에 들어가야 하나 고민도 했다. 3년째 원인모를 두드러기를 앓다가 이제 겨우 만성 두드러기라는 병명 정도만 알았다.”

3년째 만성 두드러기를 앓고 있는 환자 A씨는 어느 날 갑자기 두드러기가 생겼다고 했다. 특별한 음식을 먹은 것도 아닌데 얼굴과 전신에 붉은 반점이 올라왔다는 것. 하루 이틀 약 먹으면 낫겠지 했지만, 얼굴과 손발이 따갑고 가려운 증상이 3년째 이어졌다.

이러한 ‘만성 두드러기’로 고통 받는 환자가 국내에만 약 600만 명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질환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치료받는 환자는 1%도 안 된다. 얼마나 많은 환자들이 고통받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기 어려운 실정이다.

◇만성 두드러기 환자, 평균 1~5년 동안 고통

두드러기는 인구의 20%가 일생에서 한 번 이상 증상을 경험할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문제는 각종 검사에도 특별한 원인을 발견할 수 없고, 만성화되는 경우다.  만성 두드러기의 주요 증상은 일반 두드러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크고 작은 크기로 피부가 부풀어 오르는 팽진, 화끈거리거나 따끔거리는 통증을 동반하며 피부 깊숙한 곳부터 부풀어 오르는 혈관부종 등이 동반될 수 있고, 장기간 반복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특히 증상이 오래 지속되는 만성 두드러기는 삶의 질 저하 문제가 심각하다. 평균 유병기간은 약 1~5년으로 환자의 약 50%는 6개월 내 호전되지만, 증상이 3년 또는 5년까지 지속되는 경우가 각 20%에 달한다. 또 2%미만에서는 25년까지도 지속되는 증상으로 고통 받는다.

환자들은 단순한 가려움증이나 미용 상의 문제 이외에도 장기적인 수면부족과 만성피로로 일상적인 생활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환자의 58%는 증상으로 인해 직장을 결근하거나 학교에 결석하고, 우울이나 불안, 대인기피증 등의 동반률이 일반인 대비 2~3배에 달한다.

실제 브라질에서 진행한 만성 두드러기 환자 대상 설문 결과, 흔히 잘 알려진 아토피 피부염이나 기저 세포암, 건선, 한센병 환자 보다 만성 두드러기 환자의 삶의 질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40대 발생 많고 악화요인 다양···사회활동 제한 등 불편 커

만성 두드러기는 전 연령에 걸쳐 발생하는데, 그 중 사회활동이 활발한 20~40대에서 가장 흔하다. 이 때문에 만성 두드러기로 인해 소모되는 직간접적 비용과 그리고 일상생활 및 사회활동의 제한으로 기회비용의 규모도 크게 나타난다. 또한 여성이 남성 보다 약 2배 이상 높은 유병률을 보였다.

만성 두드러기의 발병 원인이 뚜렷하지 않은 반면 악화요인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예영민 교수의 ‘만성 두드러기의 진단과 치료’ 논문에 따르면, 한국 만성 두드러기 환자에서 흔한 악화요인은 신체적 피로(51.3%), 식품(42.0%), 스트레스(41.5%)를 비롯해 술(27.7%), 한랭 접촉(23.2%), 지연형 압박(21.9%) 등이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가려움증과 화끈거리는 통증, 피부가 부풀어 오르는 두드러기 증상이 6주 이상 악화와 호전을 반복한다면 만성 두드러기를 의심하고 알레르기 내과 또는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 상담해 보는 것이 좋다. 확진 되면 환자의 증상 및 조절 정도에 맞는 약물 치료를 통해 충분히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 등을 시도하면 오히려 악화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보통 일차적 약물로 항히스타민제가 처방되나 약 30%의 환자는 항히스타민제를 4배까지 증량해도 증상이 잘 조절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최근 세계 주요 알레르기학회에서는 항히스타민제로 충분한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하는 환자를 위한 치료제로 생물학적제제를 권고하기도 했다.

박흥우 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실제 만성 두드러기로 진단받은 환자들은 어느 날 갑작스럽게 시작된 피부 병변이 만성 두드러기의 시초였는데,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라는 생각으로 방치하며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전 세계적으로 만성 두드러기로 고통 받고 있는 환자가 많으며 국내에서도 만성 두드러기에 대한 인식이 낮아 상당수의 환자들이 정확한 진단과 올바른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만성 두드러기는 유병 기간이 길어질수록 환자의 삶의 질 저하 문제가 심각해진다. 신체 어느 부위에서든 두드러기, 가려움증, 혈관부종이 6주 이상 지속, 반복된다면 만성 두드러기를 의심하고 빨리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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