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수면제·청산가리·사카린 밀수' 광고하는 약국

'女수면제·청산가리·사카린 밀수' 광고하는 약국

보건당국, 약물 강간·마약 범죄 조장에도 '약사법 위반 없다'

기사승인 2019-04-26 04:00:00

'女수면제,  청산가리·사카린 밀수 전문...'

충청남도 천안에 위치한 한 약국이 내건 광고다.

25일 다수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상한 약국'이 도마 위에 올랐다.

천안 지역 초등학교 인근에 있는 한 약국이 '女수면제', '청산가리 사카린 밀수'와 같은 불법을 암시하는 의약품 광고와 온갖 선정적인 문구로 도배된 채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해당 약국은 '女아동, 女청소년 환영'과 같은 문구와 함께 여성의 신체를 희화한 그림과 여성 성기 모형을 전시하는 등 부적절한 운영 행태를 보였다.

최근 버닝썬 사태에서 여성에 대한 수면제 강간과 마약 관련 범죄가 논란이 된 바 있다. 이 가운데 국민의 의약품 안전을 담당하는 약사가 약물 범죄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청산가리’는 치명적인 독극물이고, ‘사카린’은 북한산 필로폰을 지칭하는 은어다.

약국 주변을 지나는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의 안전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한 누리꾼은 “초등학교와 학원 1분 거리인 곳에 (문제의 약국이) 있다. 버닝썬과 다를 것이 무엇이냐”며 경악했다.   

문제는 약물 범죄를 조장하고, 지역 주민에 불쾌감을 조성하는 약국이 버젓이 운영됨에도 보건당국은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없다며 손을 놓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 보건소는 현행 약사법상 위반사항이 없다는 입장이다. 천안 지역 보건소 관계자는 “해당 약국의 운영행태의 문제를 파악하고 법리를 검토했지만 약사법 위반 사항이 없어 지자체에서 처분할 방법이 없다”며 “현재 관할 경찰서와 협조해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해당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약사법 제79조에 따르면, 전문의의 진단을 받은 정신질환자나 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 중독자에 대해서 약사 면허 취소 처분이 이뤄질 수 있다. 이 때 면허 취소 처분은 대한약사회가 자체 윤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요구한 경우에 가능하다.

그러나 대한약사회는 해당 약국의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아직까지 별다른 자정 노력은 없는 상태다. 약사회 관계자는 “약사회 차원에서 개인의 정신질환 진단을 강제화할 법적권한이 없어 애매하다. 금일 중앙회에서 지역약사회에 문제 약국에 대한 약사법이나 약사윤리규정을 점검해 보고할 것을 요청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약사회의 움직임이 없을 경우 보건복지부 차원의 제재도 어렵다. 복지부 약무정책과 관계자는 “약사법 79조에 따라 정신질환이 확인된다면 약사 면허 취소 사유가 된다. 복지부가 바로 검사명령을 할 수는 없고, 대한약사회가 해당 사안을 판단해 복지부에 처분을 의뢰할 경우에 검사 명령이 가능하다. 또한 약국이 특정 의약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한다고 광고하는 것은 불법의 소지가 있으나 지역 보건소가 검토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는 보건당국의 ‘직무 유기’라며 반발했다. 조윤미 C&I소비자연구소 대표는 “저급한 약국 때문에 지역 주민과 아이들이 일상적으로 피해를 받고 있다. 즉각 폐쇄 조치해야 마땅하다”며 “국민 보건을 책임지는 보건당국이 아무 손댈 수 없다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꼬집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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