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다른 지자체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최근 경기도 고양시의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포스콤의 공장등록 취소 논란과 관련한 고양시의 행정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 말에는 전국 지자체마다 우수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혈안인 상황에서 휴대용 엑스레이 세계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의 공장등록 취소 논란에 임하는 고양시의 행정이 지나치게 안이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나아가 지역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표를 갖고 있는 지자체라면 지역과 주민들에게 해악을 끼치지 않는 한 그런 기업을 어떻게든 붙잡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뜻도 내포돼 있다.
어쨌든 이번 논란에 임하는 고양시의 행정에 대해 소극적이고 수동적이라고 지적하는 시민들이 많다. 논란이 본격화된 뒤 고양시가 보여준 일련의 처신에 도무지 적극성을 찾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고양시로서는 나름대로 공장등록 취소를 요구하는 서정초등학교 학부모대책위원회와 포스콤 사이의 중재를 위해 노력했다고 하지만 제3자의 자세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물론 고양시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된다. 2016년 공장건축 당시 학부모대책위의 집단행동으로 곤욕을 치른 기억이 생생한데다 포스콤의 합의사항 위반이라는 그럴듯한 명분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이 어느 때인가. 지자체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한다면서 실용적이고 창조적인 행정을 펼쳐야 한다고 야단이다. 그런 차원에서 저마다 높은 기술력을 갖춘 첨단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혈안인 상태다.
그런데 고양시의 행정은 어떤가. 25년여 동안 지역에서 터를 잡고 착실히 성장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추게 된 기업의 공장등록 취소를 너무 손쉽게 처리하려는 듯하다. 성가신 논란에 끼어들지 않고 우선 면피만 하면 된다는 모양새에 다름 아니다.
더구나 고양시는 전형적인 베드타운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좋은 기업을 지역으로 끌어와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해 왔다.
현재로선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게 고양시의 입장이다. 이는 지난 23일 열린 기자 브리핑에서 역력히 나타났다. 천광필 일자리경제국장은 이날 “합의사항을 위반한 포스콤에 대해 공장등록 취소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포스콤이 공장등록 처리조건(부관) 무효소송을 제기한 만큼 소송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얼핏 온당한 방법으로 보인다.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는데 잘못됐다고 할 수 있겠는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법과 원칙만큼 좋은 방법도 없으니까. 하지만 이번에도 과연 그럴까.
이쯤에서 이번 논란의 본질이 무엇인지 따져보자고 주장하고 싶다. 그것이야말로 해법을 찾는 올바른 길이기 때문이다. 본질을 외면한 채 피상적인 문제에 매달려 있는 현실이 딱해 보이기에 하는 말이다.
이번 논란의 본질은 바로 포스콤이 인체에 해로운 방사선 발생장치 제조업체인가 여부다. 논란의 단초가 된 ‘4자 합의서’의 방사선 차폐시설 설치 문제도 거기에서 비롯됐다. 애초 학부모대책위가 그토록 격렬하게 공장건축을 반대한 것 또한 마찬가지다.
그래서 차제에 공인 기관으로부터 다시금 유해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받자고 제안하고 싶다. 물론 두어 차례 검증을 받았다고 하지만 일단 접어두고 이번 기회에 명쾌한 결론을 얻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런 다음 털끝만큼이라도 유해 가능성이 있으면 당연히 포스콤의 공장등록은 취소돼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다면 공장등록 취소 수순은 재고될 필요가 있다. 그래도 석연치 않다면 대책위와 포스콤뿐 아니라 고양시 관계자와 전문가 등의 공청회가 열려도 괜찮을 듯하다.
물론 포스콤의 합의사항 위반은 잘못됐다. 공장건축 당시 정황이 어떠했을지라도 약속 위반에 대해서는 지탄받을 만하다. 그런 점에서 주민들에게 사과와 함께 적절한 보상을 해줄 필요도 있다.
이제 서두의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보자. 지금 항간에 돌고 있는 소문으로 그 답을 대신해도 될 듯하다. 고양시 인근 몇몇 지자체에서 이번 논란의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포스콤의 공장등록이 취소되기만 하면 자기 지역으로 유치하기 위해 나서겠다는 것이다. 만에 하나 그렇게 된다면 고양시의 입장은 어떻게 될까.
다시 말하지만 현재 고양시의 난처한 입장은 이해된다. 그렇다고 적당히 편하게 해결하려고 해선 안 된다.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공장 문을 닫게 하는 행정 수순은 시대역행적이다.
좋은 기업 유치가 지자체의 경쟁력이자 땅값상승의 핵심 키워드라는 건 공지의 사실이다. 좋은 기업체가 들어오면 주변의 고용률이 올라가고 상권이 활성화되는 등 지역발전에 이바지한다는 발표가 수없이 나왔다. 고양시에 세계 일류기업이 있다는 것만 해도 자랑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수익 기자 sagu@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