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조 5000억 쓰는데...국가건강검진 무용론 솔솔

연간 1조 5000억 쓰는데...국가건강검진 무용론 솔솔

당뇨 고위험군에 진단·치료 유도했지만...3년 지나니 건강개선효과 없어

기사승인 2019-05-01 03:00:00

국가건강검진에 대한 무용론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30일 김현철 코넬대 정책분석학과 교수는 국내 국가건강검진 표본 코호트 분석을 통해 현행 국가건강검진이 질병 예방에 기여하는 효과가 없음을 규명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국가건강검진을 통한 수검자의 행동변화와 질병예방이 가능한지 확인하기 위해 2009년과 2010년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수검자 35만여명 가운데 당뇨, 고지혈증, 비만 관련 검사의 미미한 수치 차이로 확진그룹과 고위험군 그룹, 정상 그룹으로 나뉜 수검자를 2014년, 2015년까지 추적 조사했다.   

특정 수치 위 아래로 검진 수검자에게 제공되는 건강정보와 사후 관리 방식이 달라지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일례로 공복 혈중 글루코스(Glucose) 수치가 126mg/dL 이상을 당뇨 고위험군으로 판정하고 재검사를 실시한다. 재검에서 당뇨병 확진 시 약물치료를 유도한다. 그러나 수치가 125mg/dL인 경우는 별다른 조치없이 생활습관 개선을 권유한다.

이처럼 건강검진 수치는 비슷하지만 사후조치가 다르게 적용된 각 그룹 수검자들을 대상으로 3~4년간 추적한 결과, 대상자들의 질병발생, 질병 치료, 각종 혈액검사 결과, 몸무게, 허리둘레, 규칙적인 운동 여부, 흡연 및 음주정도 면에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건강검진상 고위험군에게 사후관리 및 치료를 병행한 당뇨의 경우 검진 수검 후 1-2년 동안은 수검자의 허리둘레 평균 1cm, 체질량지수가 평균 0.16kg/m2를 감소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3~4년 이후를 분석 결과 줄어들었던 체중감소 효과는 사라졌고, 결과적으로 당뇨합병증을 예방하는 효과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검진의 단순 정보 제공만으로는 수검자의 생활습관이나 건강 상태 변화를 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현철 교수는 "한국의 국가건강검진은 연간 1조 5000억 이상 사용되는 대규모 국가보건사업이다. 세계적으로도 가장 대규모에 속한다"며 "그러나 질병 예방과 국민건강개선 등 국가건강검진의 선한 의도와 달리 실제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결과를 도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행 국가건강검진과 같은 단순한 검진과 소극적인 사후관리로는 국민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은 어렵다"며 " 검진 항목의 양적인 확대보다는 질병발생 위험이 높은 집단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등 질적으로 정교하게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국가건강검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꾸준히 제기돼온 주제다. 최근 의학한림원이 주최한 건강검진 관련 학술포럼에서도 국내 국가건강검진의 과잉상태라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김영식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국가건강검진 항목 중에는 의학적 근거가 불충분한 항목이 많다. 대표적으로 당뇨의 경우 국가건강검진으로 진료실에 오는 당뇨 환자는 10%에 불과하고 나머지 90%는 검진과 무관한 환자라는 것이 이미 연구결과로 밝혀졌다"며 "의학적 근거가 없는 검진을 지속하는 것은 비용의 낭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단순한 검진결과를 환자에게 통보하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다"며 "검진의 효용성을 높이려면 상담이나 치료연계가 반드시 함께 이뤄져야 하고, 의학적 근거가 없는 검진은 장기적으로 재검토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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