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성 증가하는 봄철 ‘상대적 박탈감’ 심화…극단선택으로

활동성 증가하는 봄철 ‘상대적 박탈감’ 심화…극단선택으로

SNS 통한 10‧20대 상담 및 정책적 지원 강화 필요

기사승인 2019-05-01 00:02:00

3~5월의 자살률은 겨울철에 비해 20% 가량 증가한다. 통계청의 2017년 국내 월별 자살현황에 따르면, 11월~2월 자살자가 900명대에 머물고 있는 것에 비해 3월부터 크게 늘어 5월 1159명으로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다.

봄철 자살이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30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국회자살예방포럼 2019 2차 정책세미나’에 모인 전문가들이 모여 그 이유와 해결방안을 모색했다.

전홍진 중앙심리부검센터장은 햇볕의 증가를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일반적으로 햇볕은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빛이 눈의 망막을 통해 뇌의 시상의 일부분을 자극하면 ‘감정기복’이 유발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 센터장은 “가을과 겨울철은 일조량의 저하로 인해 봄과 여름철에 비해 우울증이 오는 경우가 흔하다. 2~3월부터 햇볕을 쬐어 빛으로 인한 감정기복에 적응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인한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는 ‘햇볕 증가로 인한 활동성 증가, 그로부터 오는 스트레스’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송 교수는 “‘스프링 피크’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봄철 자살률 증가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됐다. 미국과 네덜란드의 한 연구에서도 햇볕 증가와 자살 간 연관성을 확인했다”며 “그러나 오스트리아에서 진행한 한 연구에서는 햇볕 증가로 활동성이 높아지고, 그에 따라 인간관계의 상호작용이 활발해지면서 그로부터 오는 스트레스가 늘기 때문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그는 “감옥은 전 세계에서 자살률이 높은 곳 중 하나다. 매일 같은 일조량을 쬐는 재소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보면, 계절에 따른 자살 변화가 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햇볕 보다는 봄이 되면서 오는 사회적 압력이 큰 영향을 끼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봄이 주는 희망적인 분위기에서 오는 ‘상대적인 박탈감’이 봄철 자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절망감, 외로움이 증폭되면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 일조량 변화뿐만 아니라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하는 불평등도 해결해야 한다”며 “근본적인 원인이 되는 심리적·경제적 불평등 격차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봄철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개입과 주변인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백종우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은 “자살 고위험자의 경우 지역 정신보건센터, 자살예방센터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이를 이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자살’을 고통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면서 “이때 주변에서 이들이 보내는 경고 신호들을 미리 알고 인식해 먼저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심리부검센터가 지난 2015~2017년간 289명 자살사망자와 352명 자살유족을 대상으로 심리부검 면담을 실시한 결과, 자살사망자의 92.0%는 사망 전 죄책감, 무기력감, 과민함 등 감정상태변화, 수면상태변화 등 경고신호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미국, 일본, 유럽에서는 10대와 20대의 접근성 높이기 위해 SNS를 통한 상담 비중을 높이고 있다. 우리도 이같은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영진 보건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장은 “4~5월은 자살 예방 관련 정부·지자체 사업이 개편되고, 인력도 빠지면서 자살예방에 대한 공백기가 생기는 때다. 본격적으로 사업이 시작되는 시기는 9월”이라며 “이에 따라 자살 고위험군도 봄철에는 소외되는 등 정부 차원의 대처가 늦어진다는 점을 인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예방은 건강할 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봄철 자살률이 높다는 것은 그 전에 정책적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연말부터 그 다음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면 봄철 자살이 줄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