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산업이 '가습기 메이트'의 인체 무해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연구 보고서를 확보하고도 제품을 출시한 정황이 드러났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을 재수사하는 검찰은 애경이 '가습기 메이트'가 출시된 2002년 9월 이전에 SK케미칼로부터 '가습기살균제의 흡입독성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 연구 보고서는 SK케미칼의 전신인 유공이 국내 최초로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한 당시인 1994년 10∼12월 서울대 이영순 교수팀이 진행한 유해성 실험 결과를 담고 있다.
당시 연구팀은 '가습기 살균제 성분으로 인해 (실험용 쥐의) 백혈구 수가 변화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유해성 여부를 검증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애경 역시 이 보고서를 갖고 있었으나 2016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한 대대적인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조직적으로 인멸한 정황이 드러났다.
그동안 애경은 SK케미칼이 제조한 가습기 메이트를 넘겨받아 단순히 판매만 했을 뿐 원료물질 성분이 유해한지 알 수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검찰은 애경이 가습기 메이트의 유해 가능성을 인지했음에도 ‘인체에 무해’하다고 표시‧광고, 판매한 점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의 근거로 보고 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