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가 ‘통큰치킨’의 상시판매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지난 3월 이벤트 상품으로 재출시 했을 당시 업계의 반발이 과거만큼 크지 않았던 데다, 사람이 매장에 몰리는 등 여론이 우호적이기 때문이다. 일단은 이벤트성으로 '통큰치킨'의 연착륙에 공을 들일 가능성이 크다. 반면 프랜차이즈 협회 등은 여전히 반대 입장이 분명해 과거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이달 1일부터 8일까지 통큰치킨의 ‘앵콜’ 행사를 진행한다. 앞서 롯데마트는 지난 3월 28일부터 4월 3월까지 창립 21주년 행사의 일환으로 2010년도에 선보였던 통큰치킨을 재출시한 바 있다. 당시 행사 기간 동안 12만 마리 모두가 완판 되는 기염을 토했다. 일별 점포당 100~200마리에 해당하는 물량이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당시 품절로 통큰치킨을 구매하지 못했던 고객들의 문의가 매장에 이어졌다”면서 “구매 기회를 다시 한 번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통큰치킨 ‘앵콜’ 행사를 준비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매월 일주일씩, 이벤트성으로 통큰치킨을 판매한다는 계획도 고려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매월 상시판매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지난 3월 행사 당시 롯데마트는 통큰치킨의 상시판매 가능성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라고 선을 그은바 있다. 한 달이 채 못가 입장을 바꾼 것이다.
달라진 여러 상황들을 고려한 판단으로 보인다. 날로 어려워지는 영업환경에서 ’통큰치킨‘은 롯데마트의 포기하기 힘든 콘텐츠인 탓이다. 물론 당장 통큰치킨을 일일 판매 상품으로 내놓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마트 측이 언급한 대로 매월 일주일씩 이벤트성 상품으로 ‘통큰치킨’을 선보이며 ‘민심’을 발판으로 ‘연착륙’을 고려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지난 1일 찾아간 롯데마트 서울역점의 통큰치킨 매대는 상품을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이날 준비한 300마리의 물량은 오후 6시 모두 완판 됐다. 매장에서 만난 대다수의 시민들은 저렴한 가격의 통큰치킨에 긍정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통큰치킨의 상시판매에 대해 반대하는 시민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 같은 ‘민심’을 의식한 듯 치킨점주 단체들도 과거에 비해 큰 반발은 자제하는 모양새다. 9년 전 통큰치킨이 첫 선을 보였던 당시, 이들은 롯데 불매까지 외치며 격한 반발을 했다. 롯데마트는 결국 일주일 만에 '통큰치킨'을 포기했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비싸진 치킨 값에 대한 국민들의 심리적 저항감이 만만치 않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지난 1일 롯데마트에 치킨 할인 행사 자제를 요청하는 공문을 통해 "대기업인 롯데마트가 치킨 할인 행사를 장기간 또는 반복적으로 진행해 자칫 영세 자영업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협조를 당부한다"라고 밝혔다. 과거 강한 반발에 비해 다소 온도 변화가 감지되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통큰치킨’의 상시판매가 가시화된다면 이전과 같은 강한 반발이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역시 영업익이 떨어지며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칫 ‘통큰치킨’을 인정하는 모양새라도 보이게 되면 롯데를 필두로 다른 대형마트들의 '치킨 공습'이 가속화 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지난 3월 롯데마트의 통큰치킨 행사는 창립기념일의 마케팅 차원에서 이해한 면이 있으나, 이 같은 이벤트가 반복되는 것 같아 자제 공문을 보냈던 것”이라면서 "5000원이라는 가격은 정상적인 치킨 가격으로 볼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롯데마트가 현명한 결정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