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통증에 신체 절단도...CRPS 환자들 "치료 기회달라"

극심한 통증에 신체 절단도...CRPS 환자들 "치료 기회달라"

CRPS 급여삭감율 평균의 2.5배 ..보건당국 "급여화 논의전 진료지침 확립 우선"

기사승인 2019-05-04 04:00:00

"주변사람들도 믿어주지 않는 질병의 고통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습니다.”

3일 오후 ‘만성통증질환자의 적정치료 및 합리적심사기준'을 주제로 열린 국회토론회에서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환자인 김영옥 간호사는 “꼭 필요한 치료를 계속 받을 수 있게 부디 방법을 강구해달라”고 호소했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complex regional pain syndrome)은 외상 후 특정 부위에 발생하는 신경병성 만성통증을 유발하는 희귀난치병이다. 옷깃만 스쳐도 칼에 베이거나 불에 타는 듯한 고통이 느껴져 심한 경우 인간이 느끼는 고통 중 최고 단계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문제는 통증의 정도를 객관화 및 정량화되지 않아 환자들이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의료기관이 환자를 치료하더라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삭감을 받기 일쑤다.

환자들은 제도의 부실로 치료기회를 잃고 있다고 호소한다. CRPS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질환이다. 과거 인식이 낮을 당시에는 CRPS 환자들의 고통이 정신질환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이런 CRPS 환자는 국내에만 1만여 명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 간호사는 “CRPS는 잦은 심평원 삭감을 당하고, 삭감기준도 흔들린다. 오랜 기간 삭감없이 받아온 시술이 지역이 달라지거나 약물 오남용 테스트를 사전에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갑자기 삭감 대상에 올라간다”며 “병원의 경영논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의료인은 치료를 중단하고,이는 환자의 치료기회 박탈로 이어진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CRPS 환자의 어머니도 “CRPS환자인 딸아이는 하루도 안 아픈 날이 없다. 하루에 5,6회를 불덩이같이 타는 듯하고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고통을 느껴 가족들이 10년 가까이 매일 불침번을 선다. 통증을 보는 부모의 마음이 얼마나 애잔한지 모른다. 국가도 심평원도 이 환자들에게 관심을 가져달라”며 치료기회 확대를 촉구했다. 

한국복합부위통증증후군환우회에 따르면, CRPS는 다른 질병에 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삭감비율이 높다. 전체 질병명세서 기준 평균 3.5%가 삭감되는데 비해 CRPS는 9.0%로 2.6배가량 삭감비율이 높다.

CRPS를 치료하는 의료현장에서도 잦은 급여 삭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병철 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만성 신경통 환자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입장에서 보면 왜 이 사람들만, 이 의료진들만 더 의료비용이 발생하고, 삭감조정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그러나 소수이지만 신경손상 후 평생 장애와 함께 중증 신경통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우리 주위에 분명이 있다. 현행 심사조정제도는 재정 건정성을 위해 아주 효과적이지만 소수자의 진료에서 일부 환자에서 심각한 진료권 침해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손 교수는 “의료진은 직업윤리에 따라 이 소수의 CRPS 환자를 조금 덜 아프게 하고자 치료수단을 써야 한다. 그런데 의료진에게 삭감에 대한 설명없이 병원에 경제적 손해를 입히면서 비용 책임을 전가하게 되면, 의료진들이 환자를 피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꼬집었다.

임재영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도 “우리나라의 만성통증 환자들은 교과서대로, 국제적인 표준진료지침대로 통증치료와 관리를 받지 못하고 있다. 국내 CRPS 치료관리에 대한 표준진료지침 및 권고안이 부재하고, 여전히 CRPS 질환의 진단과 임상 양상에 대한 전문가간의 견해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 통증과 장애가 심화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때가 됐다”며 의견을 더했다.

그러면서 임 교수는 “CRPS 환자 치료에 있어 다학제, 통합적 접근을 촉진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조기진단이 이루어지고, 긴밀한 협진과 연락을 통해 합병증 관리, 적기적시에 통증 관리, 조기 재활치료 등이 제공될 수 있으면, 전형적인 만성통증 환자 자체를 줄일 수 있다”며 “이를 통한 의료비 지출 억제 효과는 두말하면 잔소리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종범 아주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우리 병원에는 CRPS환자가 다리를 절단한 사례가 있다. 환자들이 절단을 선택하는 이유는 언제 좋아질지, 얼마나 좋아질지 기약이 없기 때문”이라며 “CRPS 환자는 매우 소수이고 적정진료에 대한 근거와 객관적 척도를 만들기 쉽지 않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심각한 질환 중 하나다. 소수자를 배려하는 차원의 인식과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보건당국은 CRPS 임상진료지침에 대한 의료계의 합의와 인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윤덕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근심사위원(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는 “급여심사평가에서는 각각의 치료에 대한 심사기준에 맞게 조정을 한다. 현재 통증조절이나 시술에 대한 것은 많이 제한이 많이 풀렸지만 아직 재활분야에 있어서는 미흡한 점이 많다. 학회 차원에서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중규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보건당국의 기존적인 정책입장은 의학적으로 필요하면 급여화하고 기준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CRPS 치료의 마취통증 분야는 급여가 많이 되어있지만 재활분야의 경우 명확한 기준이 확립이 안 되어 있어 삭감이 많은 듯하다. 급여화 논의가 되려면 기준이 명확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현재 시급한 부분은 임상진료지침을 확립해서 치료가 효과적이라는 점을 인증하는 것이다. 전문가단위에서 적극적으로 협의를 해준다면 복지부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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