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복합쇼핑몰과 대형할인점 등 유통 대기업들이 전국 곳곳에 입점을 시도하면서 파열음이 일고 있다. 사실 갈등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다소 양상이 달라졌다. 대기업과 소상공인 간의 직접 갈등보다 지역 소상공인과 지역 주민 간의 갈등이 눈에 띄게 격화하고 있다. 지역경제 ‘보호’냐 ‘발전’이냐를 두고 대립 중이다.
최근에는 창원의 스타필드 입점을 두고 지역 내 찬반 논란이 고조되고 있다. 과거에는 골목상권 보호 차원의 목소리가 조금 더 힘을 받아왔으나, 최근에는 이런 분위기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역 주민들이 찬성 단체를 조직하는 등 대형유통 입점에 직접 목소리를 내고 있다. 창원도 스타필드 입주 예정지 부근 주민들을 주축으로 관련 단체가 형성된 상태다.
현재 신세계는 창원시에 수도권이남 최초의 스타필드 건립을 추진 중이다. 창원시는 인구 106만명, 광역시급 대도시다. 인구 대비 발전이 더디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신세계 측은 스타필드 창원점 설립을 목적으로 2016년 5월 육군 39사단이 이전한 후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개발 중인 창원시 의창구 중동지구 상업용지 3만 4311㎡를 750여억원에 매입한바 있다. 최근 신세계프라퍼티가 창원시에 교통영향평가 심의 의뢰서를 제출하면서 '스타필드 창원' 건립에 대한 행정 절차가 본격화하고 있는 중이다.
창원은 자영업 비중도 상당히 높은 도시에 속해 지역 소상공인의 반발이 매우 거세다. 이들은 고용 창출, 상권 활성화 효과보다도 스타필드가 초래하는 상권몰락의 피해가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스타필드 예정지 인근 아파트 단지 입주예정자나 주변 상가 상인들은 관광객 수 증대에 따른 상권 활성화, 지역 일자리 창출, 주민 편의 향상 등의 효과를 내세우고 있다.
주민과 소상인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들 사이에서도 부동산, 상권 쏠림 등 여러 이익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달라지는 부분도 존재한다.
경기도 하남에선 미국의 대형 창고형 할인마트인 코스트코가 중기부의 개점 연기 조치에도 입점을 강행해 논란의 불씨가 붙었다. 코스트코가 이 같은 ‘배짱’ 영업을 강행한 데는 사실상 입점이 결정 난 데다, 지역 민심을 상당부분 얻어낸 점도 자신감으로 작용했다. 예정된 납품일정 등을 미루는 것도 손해였을 것이다.
상당수의 시민들은 코스트코를 반겼다. 하남 코스트코는 입점 당시 지역시민 300여 명을 채용하겠다는 당근도 제시했다. 개점 첫날 하남점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하지만 인근의 소상공인들은 늘어난 대형유통업체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스타필드, 이마트, 홈플러스 등이 입점한 상태에서 이젠 코스트코까지 들어선 것이다. 대형업체간 치열한 경쟁으로 인근의 신장전통시장, 덕풍전통시장은 고래싸움에 새우등이 터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소상공인들은 하남 코스트코 개점 이후에도 반대 목소리를 높히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 현재 중기부와 하남시는 미묘한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서로의 입장이 소상공인과 지역 주민 사이에서 난감한 탓이다. 중기부는 지역 소상공인과의 상생방안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개점정지를 권고하는 등 제재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하남시는 이용객 등을 위한 주변 교통혼잡 해소에 주력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편의와 지역경제 발전을 우선에 두는 주민들도 늘어 정치권이나 지자체가 소상공인과 주민들 사이서 눈치를 보는 사례도 늘었다"라면서 "경남 김해와 전북 전주에도 각각 코스트코와 롯데백화점이 입점을 추진 중에 있는 만큼 비슷한 양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존재한다"라고 전망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