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무료 결핵 백신 독점 판매 업체, 고가 백신 팔려고 무료 백신 공급 중단

신생아 무료 결핵 백신 독점 판매 업체, 고가 백신 팔려고 무료 백신 공급 중단

공정위, 한국백신에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부당한 출고 조절행위'로 고발

기사승인 2019-05-17 09:32:07

신생아에게 접종하는 결핵 예방 백신 공급 회사가 고가의 백신 제품을 많이 팔기 위해 국가 무료 필수 백신의 공급을 중단한 사실이 드러났다. 

1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BCG 백신을 독점 수입·판매하고 있던 한국백신(한국백신판매, 한국백신상사) 등이 고가의 경피용 BCG 백신의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국가 무료 필수 백신인 피내용 BCG 백신 공급을 중단하여 부당하게 독점적 이득을 획득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9억9000만원을 부과하고 한국백신과 관련 임원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BCG(Bacille Calmette-Guerin) 백신은 영·유아와 소아의 중증 결핵을 예방하는 백신이다.

공정위의 조치는 신생아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백신을 대상으로 한 독점 사업자의 출고 조절행위에 대한 첫 제재 사례다.

BCG 백신은 접종방법에 따라 주사로 접종하는 피내용 백신과 도장형인 경피용 백신으로 분류된다.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에 따라 피내용 BCG 백신을 국가필수 예방접종 백신으로 지정해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국내에 판매가 허가된 BCG 백신은 SSI사의 피내용, JBL사의 경피용·피내용 BCG 등 3가지이다. SSI사 피내용 BCG 백신은 엑세스파마, JBL사 BCG 백신은 한국백신이 국내 독점 판매 계약을 통해 수입해 판매 중이다.

2015년 피내용 백신을 생산하던 SSI 회사가 민영화를 통해 매각되면서 피내용 백신 생산이 크게 줄었다. 이에 질병관리본부는 2016년 3월 일본의 백신 회사인 JBL(Japan BCG Laboratory)사 피내용 BCG 백신의 국내 공급권을 한국백신에 부여했다. 한국백신은 질병관리본부의 요청으로 2016년 8월 2017년도 피내용 BCG 백신 2만 1900세트 수입 계약을 JBL과 맺었다.

한국백신의 BCG 백신 시장 점유율은 최근 5년간 50%를 상회하고 있으며, 특히 엑세스파마가 국내 공급을 중단한 2015년 9월부터 2018년 6월까지 한국백신은 국내 BCG 백신 시장에서 사실상 유일한 독점 공급 사업자였다.

그러나 2016년 9월 주력 제품인 경피용 BCG 백신의 안전성 문제를 지적하는 언론 보도 이후 판매량이 급감하자, 한국백신은 이를 증대하기 위해 피내용 BCG 백신 주문을 감소시켜 나갔다.

2016년 10월 JBL사에 피내용 BCG 백신 주문량을 1만 세트로 축소하고, 2016년 12월 JBL사와의 업무 협의 과정에서 수정된 주문량 1만 세트도 더 축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후, 2017년도에 피내용 BCG 백신을 전혀 수입하지 않았다.

한국백신은 주문을 취소하는 과정에서 질병관리본부와 어떠한 협의도 하지 않았으며, 취소한 이후에도 이를 질병관리본부에 제대로 알리지도 않았다.

결국 피내용 BCG 백신 수급이 중단됐고, 질병관리본부는 차질 없는 신생아 결핵 예방을 위해 고가의 경피용 BCG 백신에 대한 임시 무료 예방 접종을 2017년 10월 16일부터 2018년 1월 15일까지 실시했다. 

이후에도 피내용 BCG 백신 공급 중단이 지속돼 임시 무료 예방접종을 2018년 6월 15일까지 5개월 더 연장했다.

같은 기간 동안 경피용 BCG 백신 사용량과 BCG 백신 전체 매출액이 급증해 한국백신은 독점적 이익을 실현했다. 경피용 BCG 백신 월 평균 사용량은 2만7566세트로 직전 월 대비 약 88.6%, BCG 백신 월 평균 매출액은 7억 6200만 원으로 직전 월 대비 약 63.2% 증가했다.

반면, 피내용 BCG 백신을 선호하는 신생아 보호자들은 경피용 BCG 백신만을 선택할 수밖에 없어 선택권이 제한됐고, 고가의 경피용 BCG 백신을 국가가 무료로 지원해 준 결과, 약 140억 원의 예산이 추가로 소요되어 국고 손실도 야기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에 따라 한국백신 포함 3개 사에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하고, 한국백신 및 관련 임원인 대표이사 최덕호, RA 본부장 하성배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며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부당한 출고 조절행위에 대한 제재 조치는 1998년 신동방의 대두유 출고 조절 사건 이후 약 20년 만에 이루어진 것으로, 신생아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백신을 대상으로 한 독점 사업자의 출고조절행위를 최초로 제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정위는 향후에도 국민 건강 및 생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제약분야 사업자의 법 위반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해 의약품 선택권 및 가격 등과 관련한 소비자 후생을 증대할 것”이라며 “아울러 보건복지부·식약처 등 유관 기관과 효율적인 점검(모니터링)과 신속한 조치를 위해 긴밀한 협조 체계를 구축해나갈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