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건강‧인권 및 참여‧보호 등 4개 영역 주요과제
아동 권리 강화하고, 보호 필요한 아동은 국가가 책임
정부가 ‘훈육’이라는 명분하에 행해지던 체벌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지역여건에 맞는 놀이사업을 개발해 국내 아동들의 삶을 개선시킨다.
정부는 23일 총리 주재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법무부, 여성가족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제안한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심의‧발표했다. 이는 2월 19일 포용국가 사회정책 대국민 현장보고 시 발표한 ‘포용국가 아동정책 추진방향’을 구체화한 것이다.
이번 정책은 아동이 양육의 대상이 아니라, 현재의 행복을 누려야 할 권리의 주체라는 인식에 기반해 아동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국가의 책임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책은 놀이, 건강, 인권 및 참여, 보호 등 4개 영역에서 주요과제 중심으로 추진된다.
◇ 지역 여건에 맞는 ‘놀이혁신 행동지침’ 수립, 놀이시간 포함된 교육과정 개발
우선 정부는 놀이를 통해 아동이 창의성‧사회성을 계발할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의 지역사회 놀이혁신 정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우리나라 아동이 학업성취도가 높고 인터넷, 식사, 의류 등 물질적 결핍은 낮은 수준이나, 친구나 여가활동 등 관계적 결핍 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작년 아동실태조사에서 1주일에 하루 이상 운동을 하는 아동은 36.9%에 불과하고, 청소년기 친구의 수도 5.4명으로 5년 전 7.8명에 비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를 적절한 휴식과 놀이가 부족해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고, 아동이 가정, 학교, 지역사회에서 부모, 친구, 이웃과 함께 맘껏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하반기 놀이정책을 수립하고, 확산해 나가기 위해 학부모‧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놀이혁신 위원회’를 설치한다. 또 위원회 논의를 거쳐 지자체 단위에서 활용할 수 있는 ‘놀이혁신 행동지침’을 수립한다.
각 지자체는 행동지침에 의거, 내년부터는 지역여건에 맞는 ‘놀이혁신 행동계획’을 자율적으로 마련해 시행하게 된다. 2020년까지는 ‘놀이혁신 선도지역’을 선정한다. 선도지역은 지자체가 놀이에 필요한 거버넌스·프로그램·인력·공간 등 계획을 수립해 신청하면, 평가를 통해 선정된다.
아울러 아동발달에 있어 놀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확산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에 지역 놀이정책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부모 및 일반인 대상 SNS 캠페인, 교사대상 직무교육 강화 등도 추진해 놀이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할 계획이다.
유치원․어린이집․초등학교 저학년 대상으로 놀이를 통한 역량개발 기회도 확대한다.
누리과정을 ‘놀이 중심’ 과정으로 개편하고, 하루에 한 시간 이상은 아이들이 또래와 상호작용해 놀이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 대상으로는 쉬는 시간을 활용해 친구들과 놀 수 있도록 블록수업 등 다양한 모형을 개발해 운영할 계획이다. 블록수업은 40분씩 진행하는 두 번의 수업을 하나로 합쳐서 진행(80분)하고, 쉬는 시간을 모아서 30분의 중간 놀이시간을 확보하는 수업이다.
놀이시간이 포함된 교육과정은 2022년까지 개발한다
또 교실을 비롯한 학교 내 공간을 아이들이 쉽게 활동하고 놀 수 있는 장소로 바꾸기 위해 향후 5년간 5000억원을 투자하고, 마을 단위의 학교 스포츠클럽을 지원해 다른 학교 학생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 내년부터 아동 치과주치의, 모바일 헬스케어 건강관리사업 등 진행
정부는 아동의 신체 건강과 마음 건강을 위해 조기에 개입해 돌보고, 발달 단계에 맞는 관리 체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생애초기부터 아동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찾아가는 생애초기 건강관리서비스’를 신설하고, 언어·학습장애 등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영유아검진을 강화한다.
특히 ‘찾아가는 생애초기 건강관리서비스’는 내년부터 시범사업을 실시하며, 우울증 등으로 힘들어하는 고위험 임산부는 출산 전후 방문 서비스를 받게 된다. 보건소에서 방문 간호사가 개별 가정을 방문해 신체적·정서적 어려움을 함께 살피고, 산모와 아동의 건강관리 뿐만 아니라 양육 정보도 제공한다. 이 서비스는 아동이 만 2세가 될 때까지 지원된다.
아울러 신생아기(4~6주) 영아돌연사를 예방하고, 고관절 탈구 등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올해 연구용역을 거쳐 영유아 건강검진 항목을 추가할 예정이며, 유아기(4~6세)에 난청검사(순음청력검사), 안과검사(굴절검사, 세극등현미경검사 등) 등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아동 성장발달에 치명적인 언어‧학습 장애 등을 예방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아동 치과주치의 ▲아동 모바일 헬스케어 건강관리사업 ▲아동 만성질환 집중관리 시범사업 등을 내년부터 추진하고 확대할 계획이다.
아동들이 마음건강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학교교육 및 프로그램도 강화한다. 관련 교과에 ‘회복 탄력성 키우기’, ‘건강한 마음가꾸기’ 등의 내용요소를 강화하고, 자유학기 실천사례 연구대회, 수업콘서트 등을 통해 관련 우수사례를 확산해 나갈 방침이다. 또 치료연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복지부-교육부간 협의체를 구성·운영한다.
◇누락 없는 출생등록 위해 ‘출생통보제’ 추진, 체벌 금지 해 아동 권리 강화
누락 없는 출생 등록을 위해 출생통보제를 도입하고 보호출산제 도입을 병행한다.
부모에 의존하는 출생신고 시스템으로 인해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으며, 위기 임신 상황에서 산모가 겪는 심리·정서·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인해 출생신고를 하기 어려워 베이비박스 등으로 유기되는 아동도 2017년 261명으로 집계된다.
이에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을 통해 의료기관이 출생하는 모든 아동을 누락 없이 국가 기관 등에 통보하도록 하는 ‘출생통보제’ 도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출생통보제가 도입되면 신고도 되지 않은 채 유기되거나, 학대·사망·방임되는 아동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 보고 있다.
또 의료기관 기반의 출생통보제 도입과 함께 자칫 위기임산부가 의료기관에서의 출산을 기피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보호(익명)출산제 가 함께 도입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체벌에 대한 인식 개선도 나선다. 아동학대를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는 경향은 강화되고 있으나, 가정 내 체벌에 대해서는 여전히 관대한 편이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우리나라 정부에 체벌이 아동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모든 형태의 체벌 금지를 권고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아동 체벌에 관대한 사회 분위기를 바꾸고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 내에서 아동의 권리가 존중될 수 있도록 ‘정부-아동권리보장원-아동인권단체’가 함께하는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 이혼소송 중인 부모를 가정법원이 전문교육에 참여시킬 수 있도록 가사소송법 개정을 추진한다.
민법상 징계권 조항도 개정한다. 1960년 제정된 민법 제915조에 따르면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 정부는 민법상 규정된 친권자의 “징계권” 의 범위에서 체벌을 제외하는 등 한계를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아동의 의견을 정책 결정 과정에 반영하고, 아동들이 운영하는 아동총회에서 제안된 내용을 매년 총리 주재 아동정책조정위원회에 보고한다는 방침이다.
◇ 보호 필요한 아동은 국가가 책임, 아동학대 대응체계 전면 개편
부모로부터 분리될 위기에 처하거나, 분리된 아동에 대해서는 국가와 지자체가 확실히 책임지고 돌보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부모가 직접 돌볼 수 없어 원가정에서 분리되는 아동 수는 연간 4000~5000명 수준이다. 분리보호 중인 아동은 약 4만4000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아이들은 개별적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최초 의뢰된 곳이 입양기관이면 입양절차를 밟고, 양육시설이면 시설에서 자랄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는 학대, 입양의뢰, 빈곤으로 인한 대리보호 의뢰, 유기 등 어떤 경로로 보호 필요 아동이 발생하더라도, 지자체가 직접 상담하고 가정환경을 조사해 무엇이 아동에게 최선의 이익인지 판단할 계획이다.
불가피하게 아동을 원가정으로부터 분리해야 하는 경우에는, 아동복지심의위원회 산하 ‘사례결정위원회’에서 아동에게 가장 적합한 보호방식을 결정한다. 시설, 가정위탁 등에서 대리 보호되는 아동들이 하루 빨리 원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아동과 부모의 정기적 면접을 지원한다.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아동에게 양질의 보호․양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전문가정위탁제도를 도입한다.
보호 필요 아동에 대한 공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인력도 확충한다. 현재 시군구의 평균적인 요보호아동 수는 192명이나, 담당 인력은 1.2명에 불과해 현실적으로 아동 개개인에 대한 가정조사, 보호 결정, 사례관리 등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구조이다.
정부는 지자체 인력 보강을 통해 내년 하반기부터 지자체 책임 하에 상담․가정조사․보호결정․사례관리가 이루어지도록 추진할 방침이다.
민간에 의존하고 있었던 입양체계도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한다. 지자체가 찾아가는 상담을 통해 입양을 고민하는 친생부모에게 원가정 양육에 필요한 경제적‧심리적‧법률적 지원을 하고, 입양에 대해 충분히 숙고할 수 있도록 입양숙려제 기간 연장도 검토한다.
예비 양부모의 사전위탁을 법적 근거를 만들어 제도화하고, 입양 전 법원 절차 진행과 입양 후 아동과의 애착 형성 등을 위해 ‘입양 휴가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그동안 분산․운영되어온 아동 관련 시스템을 물리적으로 통합하고 일원화된 정보관리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아동권리보장원의 역할을 강화하고, 통합전산시스템도 구축한다.
올해 7월 설립되는 아동권리보장원은 보호가 필요한 아동에 대한 보호체계를 발생 단계부터 보호종료 단계까지 아동중심적·통합적으로 지원하게 된다.
아동학대 대응체계도 전면적으로 개편한다. 시군구에 사회복지직 공무원을 확대 배치해 그동안 민간에서 수행하던 학대조사 업무를 2020년부터 시군구로 이관한다. 이에 따라 시군구 사회복지공무원은 학대 신고 접수 시 경찰과 함께 조사 업무를 직접 수행하게 되고, 학대여부 판단도 시군구 사례결정위원회를 통해 진행한다.
민간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피해아동 긴급 분리 후 재학대 위험이 사라지고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아동과 가족에 대한 사례관리를 해나가는 데에 전문성을 더욱 집중하게 될 전망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연 1회 만3세(전년도 말 기준) 유아 전체에 대해 관계부처‧지자체 합동으로 아동 소재‧안전 등을 확인하기 위한 전수조사를 실시한다. 조사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통해 약 40만명, 읍면동 가정방문을 통해 약 4만명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한편 정부는 이번 포용국가 아동정책에서 제시한 과제를 중심으로 연말까지 ‘제2차 아동정책 기본계획(2020~2024)’을 마련할 계획이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