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막으려 ‘출생통보’? 醫 “병원에 책임 물으려고 하나”

아동학대 막으려 ‘출생통보’? 醫 “병원에 책임 물으려고 하나”

복지부, ‘출생통보제 및 보호출산제’ 도입 방안 의료계와 논의 없이 발표

기사승인 2019-05-23 11:00:00

정부가 부모에 의존하는 출생신고 시스템으로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은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의료기관이 출생하는 아동을 국가 기관에 통보하도록 강제하는 ‘출생통보제’ 도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료계와 충분히 협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돼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특히 산부인과 측은 이 제도로 인해 위기임산부가 더 의료기관에서의 출산을 기피하는 등 여러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입장이다.

23일 보건복지부가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발표한 ‘포용국가 아동정책’에는 아동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출생통보제’ 및 ‘보호출산제’를 도입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복지부에 따르면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이 출생하는 모든 아동을 누락 없이 국가 기관 등에 통보하도록 하는 것으로,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을 통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출생통보제가 도입되면, 신고도 되지 않은 채 유기되거나, 학대․사망․방임되는 아동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부모에 의존하는 출생신고 시스템으로 인해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16년 4월 발생한 광주 10남매 사건이 대표적이다. 광주에 사는 조모씨(44) 부부의 자녀 10남매 중 4명의 아이들이 길게는 18년간 출생신고가 안 돼 학교에서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하는 등 사회적 보호와 혜택 받지 못하고 지내온 사건이다. 또 2017년 부산에서는 출생신고가 안 된 신생아 2명의 시신이 냉장고에서 발견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보호(익명)출산제 도입을 병행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의료기관 기반의 출생통보제 도입과 함께 자칫 위기임산부가 의료기관에서의 출산을 기피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마련됐다.

위기 임신 상황에서 산모가 겪는 심리․정서․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인해 출생신고를 하기 어려워 베이비박스 등으로 유기되는 아동은 2017년 기준 261명으로 집계된다. 이에 산모가 일정한 상담 등 엄격한 요건하에 자신의 신원을 감춘 채 출산 후 출생등록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책 시행을 위해서는 의료기관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상황인데, 문제는 의료계과 충분한 논의가 되지 않은 채 발표가 먼저 됐다는 점이다.

고득영 복지부 인구아동정책관은 “법무부에서 지난 4월 ‘포용적 가족문화를 위한 법제개선위원회’가 구성돼 의료기관 출생통보제 및 외국인 아동 출생등록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며 “어떤 방식으로 진행을 할지는 위원회를 통해 하나 하나 점검해 나갈 것이고, 의료계와 논의도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출생통보제 도입을 위해서는 법이 개정돼야 하는 사항이다. 출생통보제 도입을 골자로 한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이 국회 계류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김동석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이번 발표에 대해 “의료기관에 책임을 물으려고 한다”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김동석 회장은 “출생통보제에 대한 얘기는 여러 번 있었지만 매번 막혔다. 이를 시행하려면 의료기관에서 산모의 개인 정보 동의를 받아야 하고, 호적에 올리는 건데 이름도 없는 막 태어난 아이를 의료기관이 대신 신고를 하면 부모는 이름을 올리기 위해 다시 기관을 찾아야 한다”며 “미혼모 등 개인 정보 공개를 원하지 않는 상황도 있는데 병원이 할 이유가 없다. 문제가 되면 병원에 책임을 물을 것이다”라고 비난했다.

또 “분만을 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내역이 다 있다. 그런데 이중으로 등록할 이유가 있는가”라면서 “특히 이번 사항은 의료 현장, 산부인과와 논의를 하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을 하겠다는 것인지 확정해 발표를 해야 하는데, 정부의 머릿속에 있는 내용으로 법을 만들겠다고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위기임산부가 더 의료기관에서의 출산을 기피할 수도 있다. 누구나 아이만 낳으면 통보가 되는데, 등록을 원하지 않는 임산부가 의료기관에서 아이를 낳겠느냐. 더 음지로 들어갈 것”이라며 “제도 시행 목적이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사람들을 체크하기 위해서라면 왜 등록을 안 하려고 하는지 이유를 찾고, 그 문제를 해결해줘야지 왜 강제화를 하려고 하느냐”고 꼬집었다.

김 회장은 “의료기관에 인센티브를 주고 안 주고를 떠나서 왜 출생신고를 산부인과를 통해서 하려는지 목적을 모르겠다”며 두 제도의 도입을 반대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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