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콩팥병 환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전문 인력과 지원, 그리고 치료 및 예방시스템은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만성콩팥병 환자를 등록·관리하는 데 국가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의료계에서 나온다.
대한신장학회는 23일 서울 드래곤시티에서 대한신장학회 제39차 국제학술대회 기념 기자회견을 열고 '만성신부전 관리법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내 만성콩팥(신장)병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4년 15만7500명이었던 만성콩팥병 환자는 2017년 20만3900명으로 3년만에 30%나 늘었다.
만성콩팥병이 말기신부전으로 진행될 경우 일주일에 3번 이상, 4시간씩 혈액투석을 받거나 신장이식을 받아야 한다. 환자들의 경제적,시간적 부담이 크다. 또한 혈액투석 과정에서 감염, 출혈, 합병증 등의 위험이 있어 인공신장실(투석실)의 전문 인력과 질 관리가 중요하다.
그러나 중요성에 비해 인력과 지원이 부족하다는 것이 학회의 지적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7년 제5차 혈액투석 적정석 평가 결과 보고'에 따르면, 평가대상 기관 799곳 중 23.7%에 해당하는 189개 기관에 혈액투석 전문의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요양병원의 경우 95개 평가대상 기관 중 58곳(61%)이 혈액투석전문의 없이 투석치료가 이뤄지고 있었다. 과거 인공신장실의 C형 간염 집단 발병이나 투석환자의 요독성 혼수 사례가 발생한 바 있는 데, 비전문가 진료가 고스란히 환자 피해로 귀결됨을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나라는 혈액투석 관련 보건의료비로 연간 2조원가량 지출하고 있다.
이날 학회는 말기신부전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제도적인 틀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영기 대한신장학회 투석위원회 이사(한림의대)는 "인공신장실 인증평가가 국내 투석 치료의 표준화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학회의 권고와 인증에 대한 각 기관의 자발적인 참여로는 안전한 투석치료를 보편적으로 보장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며 "말기신부전 환자의 시간적 손실, 실직 등을 고려하면 사회적 비용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말기신부전의 예방, 관리 및 연구 등에 관한 정책을 종합적으로 수립·시행할 수 있는 법적 제도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김연수 학회 이사장(서울의대) 또한 "학회 차원에서 말기신부전 환자 등록사업과 인공신장실 인증사업을 주관하고 있지만, 각 기관의 자발적 참여에 의존하는 사업에 한계를 절감한다"며 "결국 국가가 환자등록 및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피력했다.
현재 대한신장학회는 '말기신부전 관리법안'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법안 초안을 마련 중이다. 김 이사장은 "이미 대만이나 호콩은 혈액투석환자를 등록 관리하고 있다. 미국조차도 등록하지 않으면 보험금을 환급해주지 않는다"며 "투석은 자주 이뤄지는 치료방법이고, 소요되는 재정 또한 크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김성남 보험법제이사는 "해당 법안은 만성신질환 초기 발생단계부터 국가가 관리하여 말기신부전 진행을 막도록 하는 방안도 담겼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김 이사장은 "다만 말기신부전 관리법안 초안에 신장내과 의사들만 참여해야 한다는 배타적인 조항을 넣을 생각은 없다. 투석환자들이 어느 의료기관을 찾더라도 최소한 의료의 질이 담보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자는 의도"라고 강조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