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시민사회단체가 정부의 바이오헬스 전략에 대한 철회를 요구했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제주영리병원 철회 및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27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이번 전략을 “공공기관 및 연구중심병원 등을 포괄한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이나 인허가 규제 개악 및 특례 적용 등은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부 의료민영화 정책과 맥을 같이 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이번 정부 발표가 지난 2010년 이명박 정부 당시 삼성연구소가 작성한‘ 보건의료선진화방안 보고서’의 핵심 전략의 방향성과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삼성 등 대기업과 산업자본의 영향력 하에 보건의료 제공 기반을 예속화시키고 시장화를 촉진하는 이 같은 의료민영화 정책은 문재인 정부 들어 더욱 광범위하고 위협적인 수준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해 민간 주도 신기술을 대상으로 규제특례를 적용하는 규제샌드박스 관련 법안은 국회를 통과했다. 또 원격의료, 빅데이커 기반 인공지능, 3D프린팅 의료기기, 바이오의약품 등 스마트헬스케어 산업화에 보건복지부, 식약처, 과기정통부, 산업통상부 등 정부 각 부처가 경쟁하고 있다는 것이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이밖에도 안전성·유효성이 미확립된 의료기술의 허가심사 특례를 적용하는 혁신의료기기법과 체외진단기기법을 통과시켜 규제 개악을 위한 법적 기반도 이미 다진 상태라는 것이 시민단체가 가진 문제의식이다.
단체들은 “인보사 사태를 통해 바이오의약품의 허술한 인·허가 절차의 문제점이 밝혀졌다”며 “임상 3상 없이도 바이오의약품의 품목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신속허가를 허용하는 첨단바이오의약품 관련 법안 제정을 정부가 서두르고 있다”고 우려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전략이 과거 이명박 정부 당시의 의료영리화와 궤를 같이 한다고 본다. 지난 2010년 삼성은 5대 신수종 사업 중 하나로 바이오 분야를 지목했었고, 지난해에도 이재용 부회장은 경제부총리와의 면담에서 바이오산업을 제2의 반도체산업으로 육성하겠다며 규제완화를 요청했었다. 즉, 대통령의 입만 빌렸을 뿐 삼성의 바이오산업육성 전략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란 이야기다.
정부 발표 직후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분식회계 논란 등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덕에 바이오헬스주가 약발을 받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시민단체들은 “주식 뻥튀기와 주가 조작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바이오산업계의 투기적 수익 창출 행태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지 않는 이상, 연간 4조 원 이상의 공적재정 투입은 투기자본에만 도움을 줄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시민들은 “바이오헬스산업 핵심 전략이 바이오산업 의료민영화 정책의 완결판”이라며 “기업 및 병원이 활용하는 데이터는 환자 맞춤형 신약 개발 등에 사용될 목적이라 사실상 가명 처리를 전제로 한 데이터 활용이 아닌 개인 식별화를 염두에 둔 데이터 플랫폼 구축”이라고 주장했다.
관련해 병원·대학·기업·연구기관 등이 참여하는 병원중심 연구 클러스터는 박근혜 정부 당시 투자활성화 정책으로 내세운 ‘산병협력단’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러한 연구중심병원을 거점으로 한 영리적 목적의 제품 상용화를 가능토록 한 것은 과거 삼성이 제시한 혁신형 연구중심 병원과 상응하는 개념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안전규제 장치 강화가 아니라 의약품·의료기기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겠다는 계획도 버젓이 내놨다”며 “인허가 기간 단축 등 규제완화가 정부가 언급하는 글로벌 수준의 규제합리화인지 정부 스스로 반문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재벌과 바이오업계가 구상하는 산업 육성은 의료민영화를 전제로 한 것”이며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인보사 사태와 같이 가짜약과 가짜기술을 키우고 이를 인지조차 못해 온 후진적 관리 체계를 개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단체는 기자회견 말미 “환자와 공공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당면한 과제는 손을 놓고, 산업자본의 영향력을 확장하는 의료민영화 추진이 국가가 해야 할 역할은 아니”라면서 바이오산업 육성 관련 정책 일체의 철회를 요구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