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혈연만 가족? 아니거든요!”

“결혼·혈연만 가족? 아니거든요!”

다양한 가족 형태 수용도 높아... 정책 발맞춤은 글쎄?

기사승인 2019-05-28 00:01:00

현대사회에서 가족(家族)이란 뭘까? 

국어사전은 가족을 “주로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 또는 그 구성원. 혼인, 혈연, 입양 등으로 이뤄진다”고 정의한다. 그러나 이 정의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의견이 높다. 최근 정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가족의 의미는 과거의 그것과는 크게 바뀌고 있음이 나타났다. 관련 정책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다수를 차지했다.  

최근 여성가족부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16일부터 20일까지 사흘간 전국 17개 시·도에서 만19세 이상 79세 성인 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RDD 방법으로 조사한 ‘가족다양성에 대한 국민여론조사’를 보면, 가족의 의미는 과거의 그것과는 크게 바뀌고 있음이 나타난다. 

일단 가족의 개념이 확장되고 있다. 특히 젊을수록 법률혼 이외의 가족에 대한 수용도가 높았다. 전체 응답자의 66.3%는 혼인·혈연에 무관하게 생계와 주거를 공유할 경우 가족으로 인정한다고 답했다. 특히 20대가 75.2%의 동의로 가장 높은 비율을 나타냈고, 다음은 40대(74.2%), 30대(67.6%) 순이었다.  

함께 살지 않아도 정서적 유대를 가진 친밀한 관계이면 가족이 될 수 있다는 의견에 대해 응답자의 48.5%가 동의했다. 20대~40대의 절반이 넘는 응답자는 정서적 유대성이 가족이 되는 주요한 요건으로 인식했다. 그러나 50대~70대는 과반이 넘는 응답자가 이러한 의견에 반대했다. 

또 국제결혼 및 이혼·재혼은 10명 중 약 9명이 가족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혼 독신은 10명 중 약 8명이 가족으로 봐야한다고 응답했다. 모든 항목에 대해 연령이 낮을수록 수용 가능성이 높았다. 특히 비혼과 관련해 응답자의 79.3%가 ‘비혼도 가족의 형태’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남녀가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는 것에 대해 응답자의 여성 65.1%, 남성 68.9%가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대 이하는 89.7%가 동의, 30대와 40대는 74%이상이 동의했다. 반면, 60대 이상은 수용할 수 없다고 응답해 연령이 높아질수록 비혼 동거에 대하여 부정적인 경향을 보였다. 

또 ‘딩크족(결혼하고 자녀를 가지지 않는 것)’에 대한 여론도 호의적이었다. 응답자의 64.1%가 수용할 수 있다고 답했는데, 특히 여성이 남성보다 수용도가 높았다. 반대로 결혼하지 않고 자녀를 가지는 것에 대해 여성 52.9%, 남성 48.3%가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30대와 40대의 수용도가 가장 높았지만, 연령대별 차이는 크지 않았다. 

아울러 입양·한부모·재혼·다문화가족 등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거의 사라졌다. 그러나 다만, 비혼동거 가족의 자녀에 대한 찬성 비율은 10중 4명, 미혼부·모 가족의 자녀는 10명 중 5명으로 다소 낮았다. 입양에 대해선 응답자의 78.3%가 찬성 입장을 보였다. 관련해 남녀 모두 한부모 가족에 대한 수용도가 높았다. 다문화 가족의 자녀에 대해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수용도가 낮았다. 

재혼가족의 자녀에 대해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응답자의 75.6%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흥미로운 것은 여성이 남성보다 재혼 가족에 대한 개인적 수용도가 낮았으며, 연령대가 낮을수록 찬성 비율 높았다. 관련해 미혼부모 가족의 자녀에 대해 응답자의 56.6%가 찬성 입장을 보였지만, 타가족 형태에 비해 수용도는 다소 낮았다. 

◇ 가족 변화 따라 정책도 바뀌어야 

“주변을 돌아보면, 돌싱, 비혼, 한부모 가족이 정말 많아요. 그런데 정책은 과연 이러한 변화를 따라오고 있는지는 의문이에요.” (40대 한부모 가족 가장 A씨)

앞서 보듯 가족 형태가 급격하게 바뀌고 있고, 이에 대한 국민의 수용도도 변화하고 있다. 응답자의 대부분은 별도의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원 대상은 ▲한부모 가족 91.4% ▲미혼부모가족 85.1% ▲1인 가구 70.0% ▲비혼동거 63.4% 순.  

특히 미혼부모 가족에 대해 응답자의 85.1%는 지원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었다. 이는 성별이나 연령이 따른 큰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최근 늘고 있는 1인가구와 관련해 한부모 가족보다는 낮은 응답자의 70%가 지원 필요성을 밝혔다. 

관련해 이재경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는 논문 ‘가부장제 이후의 한국 가족, 정상성에서 유연성으로’를 통해 다음과 같이 결론 내린다. “개인이 생애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가족생활은 (혈연)가족의 경계나 범위를 유연화 함으로써 가족 형태의 탈표준화 경향을 보인다.(중략) 지금의 가족과 노동시장간의 갈등은 이러한 경직된 구조에 유연성을 제공하는 대안이 필요하다. 한편 후기 근대 친밀성과 파트너십의 변화는 결혼중심주의, 이성애 중심주의에 도전이 되고 있으며, 후기근대 성찰적 친밀성에 대한 문화적·제도적 논의를 요구한다.”

이렇듯 변화하는 가족 형태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얼마나 진척됐을까?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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