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패러다임이 ‘재택의료’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세계적 흐름에 맞춰 한국도 적극적인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를 따라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허윤정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연구소장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27일 오후 3시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개최한 제2회 헬스케어 미래포럼 ‘환자관리 패러다임 변화’에서 이같이 밝혔다.
허 소장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인구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의료서비스 공급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 환자가 의료진을 찾아가는 방식과 반대로 의료진이 직접 환자의 자택을 방문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의료서비스 공급 방식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메디케어 대상자가 재택의료지원소(Home Health Agency)라는 방문전담기관을 통해 재택의료, 돌봄서비스를 제공받고 있으며, 기업에서 방문시간과 의사를 선택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의사왕진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중앙조직인 통합치료관리국의 중재를 통해 지역사회의 재택의료 전담기관으로 의뢰‧회송하여 그곳에서 재택의료,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일본도 건강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의료기관에서 재택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진료, 간호, 재활, 복약상담, 영양상담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야간이나 휴일에 왕진이 필요할 경우 스마트폰으로 의사를 호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의 어플리케이션(APP)과 연동된 혈압계, 체온계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처방 및 처방약을 배송하는 스마트진료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대기시간 절약, 통원 부담 경감, 치료 유지율 향상, 환자 만족도 향상 등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사회로 진입한 한국도 가정형 호스피스 시범사업, 장애인 주치의 시범사업, 중증소아 재택의료 시범사업, 방문간호서비스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대상자와 서비스의 범위가 중증 질환 등으로 제한적이고 사업간 연계가 부족하다.
허 소장은 “한국은 노인 1인당 진료비가 400만원을 넘어서고 빈곤율은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한다. 요양병원의 사회적 입원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탈원화 및 지속적 건강관리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며 “의료적 필요도가 비교적 낮은 신체기능저하군의 출구를 마련하기 위해 재택의료 서비스를 위한 인프라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진료환경이 환자 자택으로 변화하면 그에 따라 검사장비, 진단장비 소형화, 스마트기기 활용 등이 필요한데, 이미 우리나라의 첨단 기술력은 확보됐다고 생각한다”며 “관건은 사회적 합의이다. 환자중심서비스를 위한 법‧제도적 뒷받침도 돼야 하고, 재택의료 맞춤형 전문인력도 양성돼야 한다. 의료인 등의 협업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