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미국계 자동차업체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프랑스의 르노자동차의 합병이 추진되면서 향후 르노삼성자동차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르노삼성 측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부산공장의 입지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1년여에 걸친 노사분규로 인해 후속 물량 배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28일 외신 등에 따르면 피아트크라이슬러는 27일 르노에 합병 제안을 했다. FCA 50%, 르노 50% 지분을 소유하는 구조가 될 전망이다. 르노도 이날 오전 프랑스 파리 인근의 본사에서 이사회를 연 뒤 성명을 내고 피아트의 제안을 관심을 갖고 검토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르노 이사회는 성명에서 "우리는 FCA의 제안 조항을 면밀히 살펴본 끝에, FCA가 제안한 사업 제휴의 기회를 관심을 갖고 연구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사회는 "FCA와의 합병은 르노의 산업적인 측면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르노와 일본 자동차 회사 닛산, 미쓰비시 사이의 연합에 추가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병이 성사될 경우 연간 50억유로(약 6조6000억원) 이상 시너지효과를 낼 것으로 양사는 기대하고 있다. 또 시장 평가가치는 지난 24일 기준 326억 유로(약 43조3000억원)에 이른다.
두 기업이 합병하면 독일의 폭스바겐과 일본 토요타에 이어 세계 3위의 자동차 기업이 된다. 르노의 현재 제휴 업체인 닛산과 미쓰비시의 생산량까지 더해지게 되면 피아트와 르노의 합병 회사의 연간 생산량은 1500만대를 넘어서 세계 최대의 자동차 제작사가 탄생하게 된다고 피아트 측은 설명했다.
이같은 합병에 대해 르노삼성 측은 “아직 결정된 게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FCA와 르노의 합병이 성사된다면 부산공장의 입지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항구 선임연구위원은 "부산공장 생산 규모가 연간 25만대인데 합병이 이뤄지면 1500만대 중에서 25만대가 되는 것이라서 입지가 위축될 수 있다"며 "또한 합병 이후 글로벌 네트워크를 재조정할 때 지금의 대립적 노사 관계가 악화한다면 불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계속된 파업으로 르노삼성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구축되면서 후속 물량 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지 우려되고 있다.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해 6월부터 회사 측과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시작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다 지난해 10월 첫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이후 27일 지명파업까지 모두 64차례에 걸쳐 258시간의 누적 파업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분규 과정에서 회사도 생산량 조절을 위해 모두 사흘간 공장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배성은 기자 seb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