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설치 법안 둘러싼 국회 막전막후

수술실 CCTV 설치 법안 둘러싼 국회 막전막후

“법안 필요 공감해도 사회적 합의 부족… 의료계 눈치 본 것 아냐”

기사승인 2019-05-29 00:01:00

#흔히 국회의원을 헌법기관이라고 한다. 국회의원의 강력한 권한, 즉 ‘입법’은 주요 현안과 연결될 때 대중으로부터 비판 또는 찬사를 받곤 한다. 최근 ‘법안 폐기’ 논란은 전자였다. 진원지는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이었다. 개정안의 골자는 의료계의 첨예한 갈등 사안인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공동발의 의원들의 발의 철회 후 법안이 폐기되자 비판 여론이 일었다. 중요한 현안에 ‘발을 뺐다’는 비난과 함께 의료계의 눈치를 본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관련 언론보도가 쏟아졌고 해당 의원들의 해명도 나왔다. 실무자들의 속내가 궁금했다. 입법부터 국정감사 등 의정활동 전반은 ‘보이지 않는’ 보좌진의 몫이기 때문이다.    

“공동발의 의사는 그쪽 의원들 입장이라….”

안규백 의원실 관계자의 말이다. 안 의원은 최근 논란이 됐던 의료법 개정안을 재발의했다. 앞서 공동발의 철회로 법안이 이른바 ‘공중분해’된 직후 한국환자단체연합회와 의료사고 피해자·가족·유족들은 “법안 테러”라며 철회 입장을 밝힌 의원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안 의원실 관계자 A씨는 해당 법안이 “의사 불신을 조장하려는 게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의료 분쟁에 있어 알권리 확보, 신속하고 공정한 확인, 대리수술 등 불법 의료 행위 단속을 위해 수술실내 CCTV 설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발의 다음날 대한의사협회에서 입장을 들어달라고 찾아왔었어요. 의료계 입장도 들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죠. 재발의 후에는 별다른 의견을 보내오지 않았습니다.”

발의 철회 의원실 보좌진들로부터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B의원실 관계자 C씨의 말이다. “필요한 법안이라는 것은 의원님도 알고 있었어요. 문제는 의협의 반발 등 공론화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이었죠. 의원님은 공론화 이후 협의를 한 다음에 (법안 발의를) 추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철회)하셨어요.” 

궁금증이 일 것이다. 애당초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릴 때는 왜 검토를 하지 않았느냐고 말이다. 통상 국회에서 의원이 법안 발의시 10명 이상의 공동발의 의원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법안 담당 비서관의 몫이다. 더러는 역량으로 판단되기도 한다. 공동발의는 의원 및 의원실 보좌진간 관계에 영향을 받아 ‘상부상조’나 ‘품앗이’처럼 이뤄진다. 때문에 일부 의원들은 빠른 발의를 위해 보좌진들에게 공동 발의자 확보를 닦달하는 일도 있다.  

때문에 “보좌진의 실수였다”는 해명에 대해 여론은 냉랭해도 여의도에서는 일견 이해한다는 분위기다. C씨도 “보좌진이 실수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안규백 의원실 법안이다 보니 (의원실끼리) 가깝다보니 (상부상조) 관계가 있는데 깊이 생각을 못한 부분이 있었던 거예요.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큰 논란이 생긴 거죠.” 그는 충분한 공론화를 거치면 다시 동참할 수 있다고 했다. 

D의원실 관계자 E씨는 “의료계의 눈치를 본 건 아니”라면서 곤욕스러워 했다. “엄밀히 따지면 철회는 아니었어요. 다만, 좀 더 검토해보자는 게 의원님 생각이셨죠. 의협의 눈치를 본다거나 그런 건 전혀 없었습니다. 의료계의 어떤 푸쉬도 없었어요.”

F의원실 G씨는 철회 이유에 대해 당초 개정안이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의료사고 예방에 대한 법안 취지는 공감하지만, 법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의료계의 주장, 즉 ‘의료시술 행위가 고도의 집중을 요하는데 CCTV가 영향을 준다’거나 방어 진료의 가능성, 개인정보 유출 등에 대한 부작용 대책의 반영이 안 돼 있었어요. 당초 공동발의시 의료계로부터 항의는 없었습니다.”

기자가 접촉한 5명의 보좌진들은 언론보도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다. H의원실 관계자 I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실망스러웠어요. 정말 CCTV 법안이 통과되길 바랐다면 기사 초점이 철회나 의원 공격일 필요가 있었을까요? 결과적으로 이런 보도가 법안 통과와 우리 사회 발전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말인즉슨, 논란을 만들면 법에 대해 의원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일부는 피해나 혜택을 보는 법이 많다”며 “표를 보이콧하고 낙선운동을 하는 식으로 국회의원에게 압력을 넣는다면 의정활동 방해이자 입법권에 대한 월권”이라고 주장했다. 참고로 해당 의원실은 환자단체의 항의를 받았다고 한다.

J의원실 K씨는 의협의 주장을 빌어 ‘사견’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공동발의한 의원들에게) 지역 내 의사들의 푸시가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자신이 속한 의원실에는 그런 연락이 없었다고 했다. “법안 담당 비서관이 공동발의를 요청받아 수락했는데, 후에 의원님이 검토 필요가 있다고 하셨어요. 논란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의사 편을 들고 안 들고의 문제는 아니란 거죠.”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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