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온콜' 제도가 법적 휴게시간 침범…"보상 뒤따라야"

의료진 '온콜' 제도가 법적 휴게시간 침범…"보상 뒤따라야"

기사승인 2019-05-31 13:36:48

의료진의 온콜(On-Call)제도가 법적휴게시간을 침범하고 있지만 근무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해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31일 박창범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논문 ‘종합병원에서의 호출대기(소위 온콜제도)의 노동법상 문제’를 발표하고, 실제 의료현장에서 호출대기로 발생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휴식제도는 근로자의 피로회복과 여과확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근로자의 과도한 노동을 보완하기 위해 일반근로자는 주 52시간 근무제, 특례업종에 대해서는 11시간 연속휴식시간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진의 경우 이러한 법적 권리를 누리기 어렵다. 특히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의사의 경우 주간 업무 외에도 일종의 대기근로인 휴게대기(소위 온콜제도)를 실시해야 한다.

온콜제도란 응급환자가 발생할 경우 언제든 병원 복귀 가능하도록 병원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서 대기하는 것이다. 특정 진료과의 경우에는 한 달에 10일에서 15일까지도 대기 근무를 한다. 온콜제도는 휴식시간 내의 활동·이동 제한을 요구하고 스트레스를 가중시키지만 근무시간으로 인정받지도 못하고 보상도 전혀 없어 문제가 되고 있다.

게다가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을 운영하는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의 경우 일년 365일 매일 24시간 병원이 운영된다. 여기서 근무하고 있는 많은 의사들은 이로 인해 장기간 근무에 시달리고 있다. 한 조사결과 봉직의(전문의)의 일일 근무시간은 10시간 25분, 대학교수는 11시간 54분, 종합병원 전임의의 경우 평균 13시간 14분을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장기간 근무에도 불구하고 전문의의 경우 포괄임금제도 등으로 연장근무에 대한 보상이 없는 것이 관행이다. 여기에 더해 소위 온콜제도가 개별 휴게시간까지 침범하면서 의료진의 근로형태에 대한 다양한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온콜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휴일을 가르지 않고 발생하는 호출에 대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주·야간 호출로 인한 수면부족, 그리고 일과 휴식 밸런스붕괴로 인한 삶의 질 저하다”라며 “게다가 현재 법으로는 이러한 대기근로의 경우 근로시간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온콜대기의 경우 휴게시간으로 인정되고 있으며, 호출돼 근무지에 복귀한 경우에만 근로시간으로 인정받고 있다. 즉 온콜을 받지 않고 집에서 대기하는 휴대대기에 대한 보상이 전무하다”고 꼬집었다.

그에 따르면 프랑스나 대기시간에 대해 보상(근로자 시간급의 약 10% 미만)을 원칙으로 하고, 독일의 경우도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보상이 원칙이다. 미국의 경우도 호출대기로 인해 생활에 제약이 심한 경우에는 근로시간으로 인정되며, 보상을 받는다.

박 교수는 “의사들도 다른 근로자처럼 주52시간 근무제처럼 적정한 근무시간을 통해 의료의 질을 보장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나아가 호출대기시간에 대한 합리적 보상에 논의도 뒤따라야 한다. 현재의 호출대기시간 자체가 법으로 보장된 휴식시간동안 근로자의 이동과 행동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법학 분야 학술지 '이화여대 법학논집'에 최근 게재됐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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