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시에서 자취를 하는 직장인 최준석(30‧가명)씨는 장을 볼 때면 먹을 만큼만 구입하는 게 습관이 됐다. 가격이 싸다고 대용량의 식품을 구매했다가 먹지도 못하고 버린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최씨는 "(제품이) 크고 많으면 부담이 돼서 오히려 손이 가지 않는다"면서 "조금 더 비싸도 과일과 채소 등 낱개 포장을 선호하고, 쌀 역시 4kg 이상을 넘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대형마트보다 편의점을 주로 찾고 있다.
'1인 가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소포장·소용량의 제품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유통업계 역시 이 같은 트렌드를 반영해 다양한 용량의 제품군을 늘리고 있는 추세다. 과거 4인 가족 기준에 맞춰 획일적인 크기와 용량으로 제품을 출시하던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
시장에서 1인 가구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탓이다. 실제로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1인 가구의 현황 및 특성’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 수는 1967만 가구로, 이 중 1인 가구는 562만 가구(28.6%)로 나타났다. 1인 가구 비중은 2000년 15.5%(222만 가구)에서 17년 만에 2배가량 급증했다. 같은 기간 일반가구의 증가율은 37.5%였던 반면, 1인 가구 증가율은 무려 152.6%에 달했다.
이 같은 변화는 소비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이 올해 1월부터 지난 4월까지 청과 코너 매출을 분석한 결과, 기존 3kg 내외의 박스 단위 과일 상품 대신 1kg 이하의 소단위 팩포장 상품과 낱개 판매의 매출이 지난해보다 23% 가량 올랐다.
신세계백화점 측은 “2kg 내외의 특수 수박 또는 조각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고, 800g~1kg 사이 팩포장으로 판매하던 체리 등의 과일도 300~500g으로 소포장된 제품이 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야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3개 또는 4개를 묶어 판매하던 파프리카도 2입 상품으로 소개되고 있고, 미니 파프리카, 미니 단호박 등 '미니어쳐 상품'도 최근 각광받고 있다.
이 같은 ‘소용량’ 흐름에 신세계백화점은 굴비를 세는 단위를 '두릅'에서 '엮음'으로 바꾸기도 했다. 전통 단위인 ‘두름’에는 20마리의 굴비가 있지만 ‘엮음’에는 14마리만 있다. 신세계백화점 측은 “두름은 4인 가족이 최장 2달에 걸쳐 소비하는 데 적정한 양”이라며 “가족 구성원 수가 2∼3명으로 줄면서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밥솥 크기도 작아지고 1인용 라면 포트가 등장하는 등 ‘혼족 가전’ 역시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이마트가 2017년부터 지난달 23일까지 전기밥솥 매출을 분석한 결과, 3인용 이하 소형 밥솥 매출이 해마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인용 이하 밥솥 매출은 2018년에는 전년 대비 9% 신장했고 올해 들어선 21%나 뛰었다. 집에서 직접 밥을 지어먹는 인구가 줄면서 전체적인 밥솥 매출은 감소하고 있는데도 소형 밥솥 매출은 오히려 증가한 것이다.
1인 가구를 위한 초미니 가전제품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라면 포트와 샌드위치 메이커 등 '일렉트로맨 혼족 가전' 시리즈를 처음 선보인 이마트는 올 7월까지 미니 블렌더와 1인용 전기 포트 등 10개의 가전 상품을 추가 출시할 계획이다. 이마트에 따르면 이런 '혼족 가전'은 꾸준히 판매가 늘어 최근에는 매월 3000개씩 팔리고 있다.
1인 가구 증가는 주류의 용량도 줄이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12월 매장에 미니 주류 전용 매대를 처음 도입한 이후 현재 총 80여개 점포에서 운영하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23일까지 주류 매출을 살펴보면 125㎖ 미니 맥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24% 신장했고, 200㎖ 이하 미니 민속주도 67% 증가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소비 시장에서 1인 가구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들을 위한 소포장 식품류와 가전제품 등이 출시되고 있다"면서 "20대와 30대의 젊은 소비자는 물론, 혼자 사는 노년층에서도 이런 제품을 많이 팔리고 있다"라고 전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