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영화 기생충에서 드러난 ‘빚’의 늪

[기자수첩] 영화 기생충에서 드러난 ‘빚’의 늪

기사승인 2019-06-08 05:00:00

우리 사회의 부자와 가난한 자의 모습을 그려낸 영화 ‘기생충’이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티테일의 마법사’로 불리는 봉준호 감독이 그려낸 ‘기생충’은 우리사회의 단상을 한편의 영화로 그려내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는데 성공했다.

영화 기생충이 보여주는 우리사회의 여러 모습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모습이 있다. 영화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한 부부의 모습이다. 

영화를 아직까지 보지 않은 이들을 위해 구체적인 설명을 하기는 어렵지만 이 부부는 ‘대왕 카스테라’ 사업을 통해 부자를 꿈꿨으나 사업실패와 함께 빚쟁이를 피해 부자의 그늘에서 숨어사는 선택을 내린다. 이제는 숨어사는 것이 편하다는 의미의 대사에서 이들에게 ‘빚의 늪’을 벗어나 ‘재기의 꿈’은 찾아보기 어렵다. 

빚에 시달리며 비정상적인 선택을 하는 이들의 모습은 얼마 전 발생한 의정부 일가족 사망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한 달 이자가 250만원, 그러나 벌어들이는 수입은 150만원인 이 가족은 극심한 생활고 끝에 결국 일가족이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내린다. 

이처럼 빚은 우리사회에서 비이성적이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드는 핵심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빚을 못 갚을 경우 다가오는 공식적이고 비공식적인 압박이 정상적인 삶을 이어갈 수 없을 정도로 상당하다는 의미다.

채권자들이 빚을 받아내는 방법도 다양하다. ‘신용불량자’로 낙인을 찍어 정상적인 금융거래를 막는 합법적인 방법부터 반복적인 전화와 문자, 야간 방문, 공포심 조성 등 불법적인 방법도 만연하다.

특히 문제는 우리사회의 금융시스템이 이들이 재기해 사회의 구성원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돈을 받아내는 데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채권자를 대표하는 금융회사들은 대출이 연체될 경우 단기적으로 뽑을 수 있는 데까지 원금과 이자를 채무자에게서 받는다. 나머지는 손실처리하는 방식으로 연체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한다. 

그 결과 빚으로 인해 사회에서 도태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국민 전체가 책임지는 모습이다. 현 금융시스템은 빚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금융회사가 국민에게 전가하는 구조다.

이와 관련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채권자들의) 인식과 태도가 바뀌지 않는 이상 이러한 비극은 우리 주변에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며 “남들보다 빨리 한 푼이라도 더 회수하려고 하기보다는, 채무자가 다시 일어설 때까지 기다리고 함께 극복방안을 찾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채권자의 인식 변화를 그들 스스로 달성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금융사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윤 극대화’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채권추심 행위를 엄격히 규율하고, 금융사가 채무자의 재기를 지원하는 방향의 입법과 행정 노력이 필요하다. 보이지 않는 균형이 무너진 상황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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