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초부터 교육전담간호사 배치 시범사업 등 간호사 교육 강화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의료현장에서는 부실 교육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7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최근 2개월 간 44개 병원을 대상으로 신규간호사 교육제도 실태를 조사한 결과, 신규 간호사 60%가 3개월 미만의 교육을 받고 간호근무에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예 교육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곳도 2곳이나 됐고, 3~4일간 간단한 기본간호 교육 후 곧바로 환자를 담당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6일간의 교육기간이 끝난 후 바로 환자 담당업무에 투입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신규교육을 담당하는 간호사(프리셉터)가 신규간호사 교육만 전담하는 경우는 2곳(4.54%)에 그쳤다. 대부분인 38곳(86.36%)이 환자를 담당하면서 신규간호사 교육까지 담당하고 있었다.
신규 간호사들은 독립적으로 환자를 담당할만한 충분한 역량을 갖추지 못한 채 현장에 투입돼 부담감을 호소하는 반면, 프리셉터들은 환자를 담당하면서 신규교육까지 담당해야 하는 업무과중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실은 결국 간호사의 사직률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2018년 신규간호사의 사직률은 42%로 절반 가까운 신규 간호사들인 병원을 떠났다.
정부도 간호정책에 팔을 걷어붙인 상태다. 보건복지부는 2019년 신규간호사 교육제도 개편 예산 77억원을 확보하고, 국공립병원을 대상으로 교육전담간호사 1인당 월 320만원을 지원하는 '교육전담간호사 지원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의료계 등에서는 정부 정책에 대해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최원영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간호사는 최근 정책토론회에서 “간호사 3000여명이 근무하는 서울대병원만해도 한해 간호사 인건비 등으로 지출되는 예산이 2000억 정도다. 정부가 교육전담간호사 배치를 위해 배정한 77억을 전부 서울대병원에 주어도 기별이 안 간다”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교육전담간호사의 세미나가 아닌 현장에서 실무를 배울 수 있는 간호사”라고 꼬집었다.
보건의료노조 또한 “77억원의 예산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신규간호사 교육전담인력 지원을 국공립병원 뿐만 아니라 민간병원으로도 확대해야 하고, 300병상 이상 의료기관에 교육전담인력과 환자를 담당하지 않는 신규간호사 교육전담 프리셉터를 배치하기 위해 1600억원 수준의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신규간호사 대상 충분한 교육기간 확보 ▲환자를 담당하지 않고 신규간호사 교육만 전담하는 전문화된 교육전담자(프리셉터) 배치 ▲체계적인 신규간호사 교육제도 마련 ▲프리셉터에 대한 충분한 지원제도 마련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