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담배는 청소년을 노린다. 방 안에서, 수업 중에 흡연할 수 있다.”
전문가들이 지난 달 한국에 출시된 액상형 전자담배 ‘쥴’(JUUL)을 대상으로 하는 금연정책 시행을 촉구했다. ‘쥴’을 담배가 아닌 일종의 ‘문화의 수단’으로 보는 인식과 망고, 민트 등 여러 가지 맛을 가지고 있는 특징으로 인해 청소년들이 흡연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청소년 구매 불가’ 안내 멘트를 삽입하고 가향첨가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11일 국회 보건복지위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과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주최해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청소년 흡연조장환경 개선을 위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 촉구 토론회’에서는 담배, 특히 ‘쥴’과 같은 신종담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이성규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가금연지원센터장은 이날 자리에서 “신종담배는 청소년을 노린다”고 경고했다.
이 센터장은 “과거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의 내부문건에는 ‘오늘의 10대는 내일의 잠재적 고객이다’라는 문구가 적혀있고, 카멜과 브라운앤윌리엄슨이라는 회사의 내부문건에도 가향의 중요성 등을 언급하며 타겟을 청소년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문구가 적혀 있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한 조사 결과, 미국의 전체 흡연자의 99%가 26세 이전에 흡연을 시작했고, 88%는 18세 이전에 흡연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 처음 흡연 경험 연령이 평균 13세였고, 매일 흡연자 중에서 담배를 매일 피우기 시작한 평균 연령도 13.9세였다.
이 센터장은 “최근의 가향담배는 담뱃갑에 아동·청소년의 흥미를 유발하는 만화·동물 캐릭터 등이 그려져 있고, 담배회사는 ‘니코틴이 위험한 것이 아니라 다른 독성물질이 위험하니 그걸 줄여나가겠다’고 광고하고 있다”며 “또 회사는 담배가 아닌 니코틴을 팔기 위해 장치에 변화를 주고 있고, 다양한 모양의 전자담배를 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자담배의 문제는 사용이 쉽다는 것이다. 새로 나온 ‘쥴’ 사용자가 만든 영상을 보면 화장실에서, 밥을 먹으면서, 자기 전, 자다가 등 언제 어디서든 흡연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며 “실내에서 흡연이 어려운 궐련형은 피우기 위해 10분, 15분의 시간을 들여 흡연 장소로 가야 하지만 쥴은 그렇지 않다. 수업시간에 잠깐 흡연해도 담배 냄새가 나지 않으니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쥴의 시장 성장 이유는 나의 흡연을 숨길 수 있고, 여러 가지 맛과 향이 있기 때문이다. SNS를 통한 마케팅 전략도 이유 중 하나”라며 “즉, 우리가 흔히 담배라고 생각하는 ‘궐련형’에 초점을 맞춘 금연정책에 허점이 발생할 수 있고, 신종담배에 대한 관심과 규제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대가 왔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 ‘담배업계의 아이폰’으로 불리는 쥴은 미국 전체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쥴은 액상을 충전하거나 희석한 용액을 판매했던 기존의 전자담배와 달리 USB 모양의 디바이스에 액상 카트리지를 끼워 피운다는 특징이 있다. 노트북 등으로 1시간이면 충전이 완료되고, 과일, 사탕, 민트 등 달콤한 향을 가지고 있어 미국 청소년과 젊은 성인들 사이에서 대유행하고 있다.
특히 이들 사이에서 쥴은 흡연을 위한 수단보다는 일종의 문화처럼 이용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SNS)에 ‘쥴링(Juuling, 쥴을 하는 행위)’이 태그된 게시물만 수만 건에 이른다.
이 센터장은 “쥴 출시 이후 미국 고등학생의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율은 2017년 11.7%에서 2018년 20.8%로 1년만에 78%가 증가했다”며 “가장 큰 문제는 쥴을 사용하는 미국 고등학생 중 8.5%는 쥴에 니코틴이 없다고 응답했고, 9.8%는 니코틴 함유 여부를 알지 못한다고 응답했다는 것이다. 쥴도 담배이고, 청소년유해물건으로 청소년 대상 판매 금지 제품이라는 점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니코틴은 다른 약물 중독의 위험성을 증가시키는 것은 물론 청소년의 경우 두뇌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며 “신종담배 시장진입 차단 전략을 마련하고, 담배제품 포장에 대한 ‘무광고 표준 포장’을 도입해야 한다. 또 담배제품 성분을 규제하고 특히 가향첨가를 금지해야 한다. 광고‧판촉‧후원 등도 금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주경 국회 입법조사관은 담배업계가 정부의 ‘가향담배 규제’ 방안에 대한 부담감을 드러낸 점을 언급하면서 가향담배 규제 관련 법안을 우선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NH투자증권은 지난 5월 보건복지부의 금연종합대책 발표로 KT&G가 받을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면서도 가향담배 규제에 대해서는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 보건복지부는 ▲담뱃갑 경고 그림 면적 확대 ▲가향물질 첨가 금지와 전자담배 기기 관리 강화 ▲금연구역 확대 ▲금연치료 참여자 자원 등을 골자로 하는 ‘흡연을 조장하는 환경 근절을 위한 금연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김주경 입법조사관은 “담배업계가 가향담배 규제에 영향을 받을 것 같다고 전망한 부분은 매우 중요하다. 담배 판매를 막는 단체와 판매자 모두 언급하고 있기 때문에 담배 가향물질 첨가를 금지하는 부분을 우선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기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장도 “과거 레몬맛 소주가 나오면서 여성들의 음주가 늘었던 것처럼 쥴도 담배의 새로운 시장을 찾으려고 하는 것 같다. 성인 남성이 아닌 여성, 청소년 등으로”라며 “이를 막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대책은 담배의 가향물질 첨가를 막는 것이라고 판단된다. 이와 관련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