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충청남도 아산시 선장면 선창리에 위치한 국내 최대 자동차 내외장제 제조사 KBI동국실업의 신아산 공장을 찾았다. 공장에 들어선 순간 크래쉬 패드의 조립·도장 등 공정을 진행하고 있는 무인 로봇들이 이목을 끈다. 보편적 공장과 달리 로봇 전시장을 방불케 하는 모습이다.
동국실업 신아산 공장은 2014년부터 2만3000평(7만6033㎡)에 건평 7000평(2만3140㎡) 규모 부지에 업계 최초로 크래쉬 패드를 자동 조립하는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공장은 ▲크래쉬 패드 사출 ▲레이저 스코링(에어백이 적시에 튀어 오르도록 하는 작업) ▲조립 공정에 자동화 체계를 갖췄다. 이러한 공정이 갖춰진 이후 사내 불량률은 ‘제로’에 가깝게 떨어지며 획기적인 생산효율 개선을 이뤄냈다.
현장에서 만난 KBI동국실업 관계자의 도움으로 신아산 공장의 전체 크래쉬 패드 공정을 둘러봤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금형 틀을 통해 차량의 계기판과 중앙디스플레이, 각종 전자 장비의 기본 틀이 되는 크래쉬 패드를 생산하는 대형 사출성형기 6대와 중형 사출기 3대다. 회사는 이 사출기를 통해 국내 완성차 기업인 현대·기아차에 크래쉬 패드를 납품하고 있다.
사출기는 일상생활에서 마주하기 어려운 기계지만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예컨대 이 기계는 붕어빵 틀과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설비에서 플라스틱 원료의 역할은 밀가루, 완성품(크래쉬 패드)은 붕어빵 정도로 이해하면 쉽다.
동국실업은 사출기에서 크래쉬 패드를 사출하는 원재료 투입(폴리프로필렌 등 소재)부터 금형을 통한 성형, 냉각 등 사출 공정에 90% 가까운 자동화율을 달성했다. 특히 대형 자동차 전용 사출기 라인에서는 갓 사출된 대형 크래쉬 패드를 로봇 팔이 다음 공정으로 운반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이러한 대형 로봇팔과 금형 틀 등 사람이 들어갈 경우 사고 우려가 있는 공정에는 안전을 위해 인력이 감지되는 순간 설비가 작동을 멈추도록 설계가 됐다. 또한 무인화 공정과 직원이 들어가는 라인이 철저히 분리됐다는 현장 관계자의 설명도 이어졌다.
다음 공정인 레이저 스코링 공정도 눈여겨 볼만했다. 레이저 스코링은 크래쉬 패드에 들어갈 에어백이 사고가 날 경우 잘 터질 수 있도록 레이저가 자동으로 구멍을 뚫는 공정이다. 목숨과 직결되는 만큼 20억원에 달하는 무인화 기계가 각 크래쉬 패드의 규격에 맞춰 통로를 뚫고, 최종적으로 직원이 검수하는 과정을 거쳐 완료됐다.
이 공정 이후 크래쉬 패드는 고급 제품은 반자동화된 도장 공정을 거치거나 일반 제품은 조립돼 국내 완성차 기업에 납품된다. 도장 과정은 1층과 2층으로 나눠진 하나의 트랙에서 1층의 인력들이 제품을 2층으로 이동시키고, 2층의 로봇 팔이 순조로운 도색을 위한 접착용제를 뿌린 후 접착제 도포를 진행했다. 이후 크래쉬 패드는 다시 1층으로 내려와 인력들이 검수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후 최종 조립도 자동화 공정으로 이뤄졌다. 조립을 앞둔 크래쉬 패드를 로봇 팔 3대가 각자 규격에 맞춰 초음파·마찰열 등을 통해 순식간에 잔여 부품을 조립(접착)시켰다. 제작된 크래쉬 패드는 K3, 프라이드, 모닝, 현대자동차 2018 산타페, 선풍적 인기를 끈 ‘2019 쏘나타’, 제네시스 G90 등에 탑재된다. 명실상부한 국내 완성차 대표 협력사인 셈이다.
생산과정에서 수준 높은 자동화 공정을 확보했다는 점과 현장에서 만난 신아산 공장 직원들에게서 국내 최대 자동차 내외장제 부품사로서 자부심이 느껴졌다. 올해 하반기 목표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현장 관계자들에게서 “내 눈과 손이 ‘품질’의 마지막이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공장 관계자들은 “공장의 품질을 위해 전 직원이 항상 상기하는 말”이라며 “자동화 공정에 안주하지 않고 더더욱 초 품질에 힘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도 나노 복합소재 등 선진 복합 소재를 통해 크래쉬 패드를 필두로 한 관련 부품의 경량화, 친환경, 원가절감에 노력해 국내외 자동차 부품업계를 선도하는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