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수만 명의 홍콩시민이 모여 벌인 시위가 조직적으로 이뤄질 수 있었던 이유는 ‘모바일 메신저’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연합뉴스는 13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홍콩 언론 보도를 인용해 “경찰은 전날 밤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온라인으로 시위를 기획하고 주도한 20대 초반 이반 이프를 공공소란 공모 혐의로 체포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텔레그램의 채팅 그룹을 통해 3만 명 이상의 사람과 대화를 공유하면서 홍콩 입법회 건물 봉쇄와 인근 도로 차단을 기획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경찰이 시위 발생 후 처음으로 체포한 사람이 시위 현장에서 경찰과 격렬하게 맞선 싸운 사람이 아닌, 메신저 채팅 그룹을 주도한 사람이라는 것은 이번 시위의 특징을 보여준다.
전날 시위는 오프라인에서 전면에 나서 시위를 주도한 시민단체나 활동가가 없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홍콩 재야단체연합인 ‘민간인권전선’이 대 언론 창구 역할을 맡았지만, 전날 시위 현장에서 민간인권전선은 현장 지휘 등 두드러진 역할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젊은 층이 주류를 이룬 전날 시위 참여자들은 모바일 메신저로 암호화한 실시간 정보를 공유하면서 놀라운 조직력과 기동력을 보여줬다.
전날 오전 8시 무렵 시위대가 입법회 건물 주변으로 결집하기 시작하자 즉시 바리케이드를 세워 입법회 주변 주요 도로 2곳을 차단하고, 경찰과 대치 상황을 만든 것도 메신저를 통한 시위대의 실시간 의사소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는 ‘우산 혁명’으로 불리는 2014년의 대규모 도심 점거 때와는 다른 모습이다.
당시 시위대가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전 세계에 시위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렸다면, 이번에는 텔레그램, 왓츠앱, 시그널 등의 메신저가 가장 유용한 도구가 됐다.
고등학생들도 모바일 메신저로 암호화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이번 시위에 어떻게 참여할지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시위에서 소셜미디어도 요긴하게 쓰여 시위대는 경찰의 강경 진압 장면이나 부상한 시위 참여자 등을 사진으로 찍어 전 세계에 알렸다. 시위상황은 한국어로도 실시간 전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전날 시위로 최소 2명의 시위 참여자가 경찰에 체포되고, 79명이 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2명은 중상을 입었다.
홍콩 입법회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범죄인 인도 법안을 심의하지 않기로 했으며, 추후 일정을 의원들에게 통보하기로 했다.
홍콩 정부청사는 13일에 이어 14일에도 폐쇄되며, 공무원들은 정부청사에 접근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