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친김에 우승!”…치킨집, U-20 월드컵 결승에 모처럼 웃음꽃

“내친김에 우승!”…치킨집, U-20 월드컵 결승에 모처럼 웃음꽃

2002년 월드컵 감동 재현?…U-20 월드컵 결승, 외식업계 '단비' 됐다 [르포]

기사승인 2019-06-15 03:00:00

“한국인으로 기쁘고, 선수들에게 고맙죠.”

U-20 월드컵 결승전을 목전에 둔 14일 오후.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치킨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 중인 김정훈(37‧가명)씨는 U-20 선수들에게 감사함을 표시하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한국인으로서 기쁜 건 당연하고 올해 매출이 좋지 않았는데, 최근 며칠간은 많이 팔렸다”면서 “선수들에게 참 고맙다. 내친김에 우승까지 했으면 한다”라고 환하게 웃었다.

인근 치킨집 및 호프집들 역시 모처럼 활기가 돌았다고 입을 모았다. 높아지는 임대료와 인건비 등 평소 어려운 영업환경에서 시름을 앓던 점주들에게 U-20 월드컵은 마른 땅의 단비와 같았던 것이다. 인근의 치킨호프 매장에서 일하고 있는 강영국(29‧가명)씨는 “손흥민 선수가 출전한 챔스 결승 때만큼은 아니지만, U-20 월드컵도 좋은 성적이 나면서 손님들이 몰리기 시작했다”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네네치킨에 따르면, U-20 월드컵 경기와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경기가 시작된 이달 3일부터 13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30%가량 급증했다. BBQ치킨과 굽네치킨 역시 같은 기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 23% 증가했다. 스포츠 경기를 보면서 치킨과 맥주를 즐기는 ‘치맥 문화’는 이제 빼놓을 수 없는 한국의 ‘전통’이 된지 오래다. 

맥주의 판매량 역시 크게 뛰었다. 이마트24는 한국·이란 친선경기와 U-20 월드컵 준결승전이 벌어진 지난 11일 올 들어 맥주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이마트24에 따르면, 11일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했고 U-20 8강전 새벽 경기가 열렸던 지난 8일이 그 뒤를 이었다. 같은 대회 한국 첫 경기였던 지난달 25일이 세 번째로 매출이 높았다. 

이에 점주들은 한국·우크라이나 U-20 월드컵 결승전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2002년 월드컵의 감동이 재현될지 온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 덕이다. 경기 시간 역시,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넘어가는 새벽 1시로 황금시간대에 자리 잡고 있다, 거리 응원이 예정되어 있는 강남역 인근 유명 호프집들은 벌써부터 자리 예약을 문의하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치킨뿐 아니라 다른 외식업체들도 웃음 짓긴 마찬가지다. 신논현역 인근 족발전문점에서 일하고 있는 이현민(31‧가명)씨는 “상대적으로 작년 이달에 비해 배달 주문횟수가 늘었고, 곧 진행되는 결승전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라며 “외식업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모처럼 좋은 일이 생겨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강남역 인근의 대형 호프집들은 벌써부터 밤샘 손님을 맞을 채비에 들어갔다. 경기를 매장 안에서 생중계로 시청할 수 있도록 프로젝터를 설치하는 등 감격의 순간을 나눌 준비가 한창이다. 서초구는 강남역 9번과 10번 출구 사이 ‘바람의 언덕’에서 오는 15일 오후 10시부터 거리응원을 진행할 예정이다. 인근 주민들 역시 월드컵 결승에 한껏 들떠있다. 

강남역 인근에서 만난 김동환(28‧가명)씨는 “광화문과 시청에서 거리 응원이 진행되지 않는다고 해서 실망했는데, 강남역에선 진행된다고 하니 다행”이라며 “오랜만에 대~한민국 함성을 외칠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설렌다”라고 말했다. 이어 “U-20 선수들이 우승까지 할 수 있도록 꼭 거리 응원전에 참여할 것”이라고 부푼 마음을 드러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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