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빅데이터 개방‧비즈니스 모델 부재”…헬스케어 산업 현황은

“어설픈 빅데이터 개방‧비즈니스 모델 부재”…헬스케어 산업 현황은

기사승인 2019-06-18 15:17:01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발전에 있어 빅데이터 활용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각종 규제와 사용자 니즈를 만족하는 비즈니스 모델 부재로 산업발전이 저해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8일 국회 보건복지위 자유한국당 김세연 위원, Agenda2050,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대한의료정보학회,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가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개최한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시리즈 토론회에서는 ‘헬스케어 빅데이터 활용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한현욱 차의과대 정보의학교실 교수는 현재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내재적 문제와 외재적 문제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여기서 내재적 문제란 헬스케어 데이터 표준화, 데이터간 상호 운영성, 데이터 거버넌스, 어설픈 개방, 데이터의 신뢰성 등이 해당된다. 외재적 문제에는 개인정보 규제, 정보공유 규제, 클라우드 정보 보관 규제, 유전자정보 규제, Linked Open Data 부재 등이 있다.

한현욱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수집한 자료들을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저품질의 분석프로그램만 활용할 수 있게 해놨고, 공공성만 강조해 산업적으로 활용하기가 어렵다”며 “개방 같지 않은 개방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 교수는 “특히 국내 의료법상 의료기관 밖으로 데이터가 나올 수가 없다. 설사 나올 수 있다 해도 기관마다 용어, 서식, 인프라가 모두 달라 표준화된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며 “의료는 규제의 산업이란 점을 고려할 때, 의료분야의 규제 샌드박스 도입 없이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발전은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토론으로 참석한 배인호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 이사는 데이터의 자율적 활용이 보장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대신 데이터의 실질적 주체는 개인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 이사는 “병원과 개인건강관리 사업자, 디바이스 등을 통해 막대한 양의 데이터가 쌓이고 있다. 해당 데이터는 인공지능, IoT, 5G 등 ICT기술과 융합해 활용이 가능하다”며 “그러나 문제는 데이터를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데이터의 중심은 의료기관 혹은 유관긴관인데, 실질적 주체는 개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이 자신의 데이터에 대해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이 연구되고,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기술이 기반이 돼 통합 및 수집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복지부 개인건강관리 서비스 가이드라인과 같이 규정을 타이트하게 적용하면 관련 데이터의 활용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몇 가지 증상을 토대로 독감을 예측하는 어플리케이션을 한국에서 사용한다면, 의료법 위반의 소지가 다분하다”며 “빅데이터를 활용한 예측이나 가이드에 어느 정도의 자율적 활용이 보장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영성 산업통상자원부 R&D 전략기획단 팀장은 사용자의 니즈를 만족하는 ‘비즈니스 모델’의 부재가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봤다. 

김 팀장은 “세계 각 주요국에서 정책적인 중요도를 가지고 성장시키고자 하는 육성산업 중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은 항상 주요 핵심분야로 부각되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의 성장이 더디게 진행되는 이유는, 아직도 사용자의 니즈를 만족하는 비즈니스 모델 창출의 부재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2010년대 말 헬스케어 시장성장 초기에 스마트폰 시대를 연 애플과 구글, 유통물류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아마존, 기존 OS 시장과 전산시스템을 장악하고 있는 IBM과 오라클 등 그룹들은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디지털플랫폼을 적극 활용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자 했다.

그러나 기존데이터의 표준화 및 변환의 어려움, 사용자의 낮은 참여도로 인한 새로운 데이터 확보의 지연으로 인해 비즈니스 모델 창출이 계속 제자리걸음을 했다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이런 주요 리더그룹 6개 기업이 4차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클라우드 및 AI기술을 적극 활용하되, 각자 수집‧활용하고자 했던 의료정보 관련 데이터 규격과 API를 상호 연동하기로 했다.

또 민간의 움직임에 발맞추어 미국 정부는 보건부 산하 ‘보험청(CMS)’을 만들어, 궁극적으로 정보의 주체인 환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여러 조직과 연구자들이 개인건강정보데이터를 활용하도록 프리뷰 서비스를 공유하게끔 유도하고 있다.

즉, 6곳의 기업이 기존의 제각각인 기기 및 시스템 데이터 규격의 표준화 등의 인프라 호환성을 확보함에 따라 헬스케어 시장성장을 높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의 등장에 결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는 현재 시장성장 한계의 원인을 규제로 설정하고,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정책적 방향이 주를 이루고 있다”며 “이는 시장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핵심요소는 맞지만, 기업이 개인건강정보데이터를 활용하는데 필요한 편의성을 확보하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편의성이 확보된 방법론을 통해 가장 시장진입이 빠른 성공사례를 만드는 것이 글로벌 주요기업들이 찾고자 하는 핵심 이슈”라고 전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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