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병동이 포함된 정신병원의 운영 허가를 둘러싼 논란이 날로 증폭되고 있다.
경기도 오산시 주민들의 정신병원 설립 반대에서 시작된 논란이 국회의원의 ‘의료인 폄하’ 그리고 ‘정신과 혐오’로까지 확장되는 모양새다.
19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국회 정문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섰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오산시)이 문제의 정신병원 허가를 반대하는 주민들이 모인 자리에서 의사에 대한 막말을 쏟아냈다는 이유다.
의사협회에 따르면, 안 의원은 해당 정신병원장을 두고 “(의료기관 허가 취소와 관련한) 소송이 들어오면 일개 의사로서 감당할 수 없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그 병원장은 삼대에 걸쳐 자기 재산을 다 털어놔야 될 것이다. 대가를 치르게 해드리겠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의사협회는 문제의 발언이 권력 남용과 의사직군 폄하, 그리고 시민에 대한 협박 등의 측면에서 부적절하다고 보고, 안 의원에게 대국민 사과와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이번 논란의 발단은 경기도 오산시에 설립된 ‘평안한사랑병원’의 의료기관 개설 허가부터다. 문제의 평안한사랑병원은 정신과 폐쇄병상 126개, 개방 병상 14개 규모로 정신건강의학과를 비롯해 소아청소년과, 내과, 신경과 4개 과목을 진료하는 준정신병원이다. 경기도 오산시는 지난 4월 해당 병원의 개설을 허가했다.
그런데 병원 개원 소식이 알려지자 ‘초등학교 앞 정신과 폐쇄병동 운영은 부적절하다’는 인근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게 일기 시작한 것.
지역 주민들은 오산시에 병원 개설 허가 철회를 촉구하며, 단체행동에 나섰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초등학교 앞 폐쇄병동 설치의 부당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지난달 초등학교 2학년생의 학부모라고 밝힌 한 청원자는 “지역 초등학교 반경 200m 내에 요즘 이슈인 조현병 환자 및 범죄자 보호 감찰 정신병원이 몰래 운영되고 곧 정식 개원을 한다고 한다. 관계부처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말도 안 된다”며 “우리는 환자를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맘 편하게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살기좋은 마을에서 살고싶은 것 뿐이다. 지역주민을 생각해달라”며 병원 허가 철회를 요구했다.
또 오산시 주민인 또 다른 청원자는 “폐쇄정신병동에는 조현병 환자, 성범죄자, 관리대상자 등등 다른 기관에서 수용 불가한 고위험군 환자들을 수용할 예정이다. 맞은 편 아파트에서 정신 병동 쇠창살 등이 보일 정도로 가까운 곳인데, 주민들의 불안이 너무 크다”며 “정신병동이 법적으로 혐오시설로 구분되어 있지 않더라도 최근 진주시에 발생한 조현병 환자 살인사건만 보더라도 사회통념상 충분히 혐오시설로 구분할 수 있다”며 불안을 호소했다.
지역 주민들이 올린 청원들은 각각 1만 2206명, 9517명이 참여할 정도로 파장이 컸다. 이처럼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지자 오산시는 당초 승인했던 해당 병원의 허가사항에 대한 재검토에 착수한 상황이다.
최근 조현병 등 중증정신질환과 관련된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며 정신질환 범죄에 대한 공포와 불안이 높아진 것도 이번 논란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실제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일반인에 비해 높지 않다. 2017년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정신질환자 가운데 범죄를 저지른 비율은 0.136%이다. 같은 기간에 발생한 전체 인구의 범죄율(3.93%)이 28.9배 높다.
의료계는 ‘정신과 병동은 혐오시설이 아니다’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인다. 최 회장은 “ 우리 사회에 정신과 환자들에 대한 편견이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다. 정신과 환자들의 범죄율은 일반인들에 비해 더 낮다. 그런 사람들이 돌봄을 받고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며 “정신과 병동은 결코 혐오시설이나 위험시설이 아니다. 병원 설립의 요건을 갖춰 적법하게 설립 허가가 났다면 어디서든 개설할 수 있는 것이고 그것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전장치만 갖춰있다면 폐쇄병동은 전혀 위험할 것이 없다. 제대로 치료받는 정신과 환자는 위험하지 않다, 오히려 정신병원은 중증 정신질환 범죄를 막는 데 도음이 되는 시설임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의사협회의 대국민사과와 의원직 사퇴 요구에 안민석 의원 측은 "별다른 입장은 없다"고 일축했다. 오산 정신병원 운영 허가가 적절하지 않다는 기존 입장을 견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