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째 장기기증이 떨어지면서 매일 5.2명의 이식대기 중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의학기술 등의 발달로 뇌사자도 줄고 있어 ‘순환정지후 장기기증(DCD)’ 등 새로운 기증 통로를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해 뇌사추정자 통보부터 동의까지 과정에 대해 건강보험 수가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장기등 이식에 관련 법률’ 제정 이후 장기기증자 수가 2000년 52명에서 2016년 573명으로 크게 증가했으나, 지난해 400명대로 떨어졌다. 작년 기증자 수는 449명, 2017년은 515명으로 2년째 감소 추세다.
이는 의학기술 발전 및 치료제 개발 등으로 교통사고와 뇌혈관 질환의 사망자 수가 감소하면서 뇌사자 풀(pool)도 함께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교통사고에 의한 사망자 수는 지난 10년간 총 35.6% 줄었고, 인구 10만 명당 뇌혈관 질환 사망자 수는 2005년 64.1%에서 2015년 48.0%로 감소했다.
가족들의 기증 동의율 저하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뇌사추정자에 대한 가족 동의율은 2016년 이후 매년 전년대비 8%씩 감소하고 있다.
이에 장기조직기증원은 우리나라도 해외처럼 ‘순환정지 후 장기기증(Donation after Circulatory Death)’을 도입해 기증의 통로를 넓혀야 한다고 말한다.
DCD는 심장사로 인해 혈액순환이 멈춘 환자로부터 장기를 기증하는 것을 말한다. 즉, 순환정지 시기에 따라 심폐 기능이 소실된 상태에서 사망을 선언 후 장기를 구득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병원 도착 시 이미 사망 상태 ▲심폐소생술을 진행했지만 회복 안 됨 ▲생명 유지장치 제거 시 심정지가 예측됨 ▲뇌사자에서 심정지 발생 등 4개 카테고리에서만 기증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다.
외국는 10년 전부터 DCD가 시행됐다. 스페인 경우 2013년 DCD 기증이 9.6%를 차지했으나, 2017년 26%까지 증가했고, 네덜란드, 영국 등 유럽은 전체 기증 중 DCD 기증이 40~5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스페인은 ‘옵트 아웃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사전에 장기기증을 거부하지 않았으면 사고발생 현장 등에서 자동으로 기증에 동의하는 걸로 간주하고 장기를 구득하는 것이다.
조원현 장기조직기증원장은 “법안 마련으로 심장사로 돌아가시는 분들이 숭고한 나눔을 할 수 있도록 DCD 도입이 필요하다”며 “또 우리나라는 심장사만을 사망으로 인정해 뇌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뇌사장기기증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죽음에 대한 정의부터 재정립해 국민의 공감대를 얻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응급실 체류 시간제한 규정에서 뇌사추정자를 제외하고, 의료 질 평가항목에서 장기기증 관리 건을 추가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대형병원의 뇌사추정자 발굴 노력도 강화돼야 한다. 현재 복지부, 관련 단체와 함께 뇌사추정자 통보부터 동의까지 과정을 수가에 적용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사가 없어 뇌사 판정이 늦어지고, 장기기증을 원했던 사람도 기증을 하지 못하고 사망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따라서 의료인 근무시간 단축에 따라 부족해진 인력을 확보하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가족의 반대로 기증을 못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법적으로 배우자 등 선순위자 1인의 동의가 있으면 기증이 가능하지만, 가족 내 다른 사람이 반대하면 사실상 기증 결정이 어렵다”며 “규제 마련 등으로 본인의 기증희망의사를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