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킹맘인 한주연(36세‧가명) 씨는 아침마다 문 앞에 놓인 이유식과 우유, 계란 등 식재료를 집안에 들이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전날 오후 저녁께 주문한 상품들이다. 퇴근할 때가 되면, 다음날 먹거리를 메모해 놓고 스마트폰으로 주문하며 집으로 향한다. 이외에 따로 장을 보진 않는다. 기저귀 등 육아용품 구매로 시작한 새벽배송 서비스는 생활의 필수 요소가 됐다. 오히려 주문 뒤 쌓이는 포장지들의 분리수거가 골칫거리다.
해가 지면 전쟁은 시작된다. 이커머스가 촉발한 ‘배송전쟁’이 새벽까지 확대됐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2015년 100억원 규모에 불과했던 새벽배송 시장은 지난해 400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올해는 8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새벽배송이 유통과 물류업계의 대세로 떠오른 것이다. 하지만 과포장과 배달 종사자의 노동환경 악화 등의 문제는 여전한 해결과제로 꼽힌다.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쇼핑 시장 거래액은 총 113조7297억원으로 집계됐다. 2017년(94조1858억원)보다 20.8% 증가했다. 올해 1분기 거래액은 31조4953억원으로, 연간 규모는 무려 130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쇼핑의 증가로 배송은 유통업계의 ‘생존’이 걸린 문제가 됐다. 그중에서도 새벽배송은 업계를 뒤흔드는 ‘핵’이다. 과거 새벽배송은 스타트업들이 진행하는 ‘비주류’로 취급받았다면 현재는 마치, 배송의 기본으로 자리하는 모양새다. 선두주자로 평가받는 마켓컬리, 쿠팡에다 최근에는 대기업인 신세계를 필두로 백화점, 편의점도 본격적인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신세계의 온라인 법인 ‘쓱닷컴’은 이날부터 새벽배송을 개시했다.
새벽배송을 놓고 각사의 서비스 경쟁도 치열하다. 마켓컬리는 오후 11시 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 7시까지 신선 식품을 집으로 배송해주는 '샛별배송'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시작했다. 전문가가 테마에 맞게 상품을 선별해 소개하는 큐레이션 서비스도 진행 중이다. 쿠팡의 로켓프레시 역시 이용객이 증가하고 있다. 자정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에 배송되며, 신선식품 4000여개 등 총 200만개가량의 상품을 자랑한다.
뒤늦게 뛰어든 쓱닷컴은 다양한 상품군과 빠른 상품 출고, 친환경 포장 등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신선식품, 육아용품, 반려동물 사료까지 총 1만여 가지를 준비했다. 환경을 생각해 반영구 사용이 가능한 보냉가방을 따로 제작했다. 고객 전체를 대상으로 보냉가방을 제공해 스티로폼 박스 등의 부자재를 퇴출시킨 것은 쓱닷컴이 첫 시도다.
업체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돈을 더욱 쏟아부으며 확장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현재 신세계와 롯데가 온라인몰에 투자한 돈만 조 단위다. 문제는 물류와 시스템에 드는 비용은 날로 느는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영업익을 보장하긴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실제로 쿠팡과 마켓컬리는 상당한 매출 상승을 이뤄냈지만 영업이익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에 배달 종사자의 노동환경, 물류비 절감에 따른 협력업체와의 마찰 등이 편리함 뒤에 숨은 함정으로 남는다.
이 같은 경쟁이 결국 ‘치킨게임’으로 빠지지 않겠냐는 우려가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고객의 필요 수준 이상으로 배송 시장이 과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대형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재 배송 업계는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고 할 만큼, 경쟁이 워낙 치열해 시장이 과열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될 정도”라며 “독점적 지위를 가진 최후의 한 기업이 등장할 때까지, 이 같은 배송 경쟁은 계속될 것으로 본다"라고 우려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