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 조업 정지에 원자재가 인상까지…우울한 철강업계

고로 조업 정지에 원자재가 인상까지…우울한 철강업계

기사승인 2019-06-29 01:00:00

철강업계가 사상 초유(初有)의 고로조업 정지 위기와 고공행진하는 원자재가에 울상을 짓고 있다.

29일 철강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지방자치단체(경상북도·전남도·충남도)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포항·광양·당진 제철소에 열흘간의 사전 조업 중단 통보를 내렸다. 철강사가 비상사태에만 개방할 수 있는 안전밸브(브리더)를 통해 대기오염 물질을 무단 배출했다는 혐의다.

문제가 된 철강사의 안전밸브 공정은 유럽·일본·중국 등 글로벌 제철소들이 안정적 고로 운용을 위해 모두 사용하고 있는 고로 보수 방식이다. 이 방식은 안정적 고로 운영과 폭발을 방지하기 위해 글로벌 제철소들이 정비 과정에 모두 선택하는 공정으로 알려졌다.

현재 철강업계는 안전밸브(브리더)를 여는 것 외에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세계적으로 대체기술이 없는 상황이 조업정지는 과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아울러 철강업의 특성상 실제로 조업이 정지된다면 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철강업의 고로는 쇳물이 굳지 않도록 생산설비가 항상 가동돼야 한다.

만약 제철소의 용광로가 멈추면 쇳물이 용광로에 들러붙고, 재가동에 최대 6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준비 과정 없이 고로가 식어버리면 그 자체가 거대한 쇳덩어리가 돼 폐기해야 한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환경부는 지난 21일 정부 부처, 지자체, 산업계, 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민관협의체’를 통해 해결 방안 마련에 나섰다. 아울러 전남도는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포스코 광양제철소에 과징금 처분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일견 사태가 소강상태에 접어든 것 같지만 고로 조업 정지 이슈의 갈 길은 멀다.

환경부의 ‘민관협의체’ 마련에 경북·전남도는 사태를 관망하고 있지만 충남도는 여전히 조업정지 처분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철강사에게 과징금이 부과되더라도 철강사들이 이를 받아들이지도 미지수다. 세계적 조업 방식을 택했다는 이유로 부과된 과징금을 낸다면 한국 제철소들은 위법 행위를 저지른 것을 인정하는 모양새가 된다.

최근 들어 급등하고 있는 철광석 가격도 철강사에 큰 악재다. 가뜩이나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중국산 제품과의 경쟁에서 원자재가 상승은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지난 4월 톤당 80달러대를 유지하던 철광석 가격은 이달 들어 112.96달러까지 급등했다. 이는 2014년 7월 이후 최고치다. 이는 주요 광산업체인 브라질, 호주 등에서 천재지변으로 인해 공급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먼저 올해 1월 브라질 대표 광산업체 발레(Vale)의 광산 댐이 붕괴되면서 3월 철광석 수출량이 2219만톤으로 올해 2월 대비 23%, 전년 동기 대비 26% 줄었다. 또 4월 호주 필바라(Pilbara) 지역 철광석 대형항구에서도 사이클론이 발생했다. 그 결과 현지 광산업체 리오 틴토(Rio Tinto)는 생산 차질을 선언했다. 대표적 글로벌 광산에서 공급 차질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철강사는 조업정지 위기라는 초유의 사태에 원자재가 급등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 특히 철강사 입장에서 원재료 가격이 급격히 인상도 문제지만 이를 제품가에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 주요 수요처인 국내 자동차·조선·건설 등 대형 고객사들은 시황 부진을 이유로 가격 인상은 어림도 없다는 분위기다.

먼저 현대기아차는 악화된 실적을 이유로 자동차 강판의 가격 인하·혹은 동결을 요구하고 있으며, 국내 조선3사(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와 건설업계 역시 고공행진하는 원자재가와 달리 도리어 철강재 가격을 낮춰달라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업 정지 이슈는 진행 중인 상황이다. ‘민관협의체’의 협의에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며 “원자재가의 경우 철강재의 생산 과정이 단순해 마진 자체가 투명한 편이다. 그런데도 가격 협상이 지지부진한 점은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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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918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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