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前) 프로야구 선수가 밀수입을 통해 불법으로 유통되는 아나볼릭스테로이드와 남성호르몬 등을 유소년 야구선수들에게 주사·판매하다 적발됐다. 이 선수는 강습비 명목으로 무허가 스테로이드 제제와 각종 호르몬을 1회당 300만원을 받고 직접 학생들에게 주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3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대학 진학이나 프로야구 입단을 목표로 하는 유소년 야구선수들에게 아나볼릭스테로이드와 남성호르몬 등을 주사·판매한 유소년야구교실 운영자 이모씨(남, 35세, 전 프로야구 선수)를 구속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아나볼릭스테로이드(단백동화스테로이드)는 황소의 고환에서 추출·합성한 남성스테로이드(테스토스테론)의 한 형태로, 세포 내 단백 합성을 촉진해 근육의 성장과 발달을 가져오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갑상선 기능 저하, 복통, 간수치 상승, 단백뇨, 관절통, 대퇴골골두괴사, 팔목터널증후군, 불임, 성기능 장애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식약처는 압수·수색 당시 이씨가 운영하는 야구 교실과 거주지 등에서 발견된 스테로이드 제제와 성장호르몬 등 10여개 품목과 투약 관련 기록물 등도 전량 압류했다.
수사 결과, 이씨는 유소년 야구선수들에게 “몸을 좋게 만들어주는 약을 맞아야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원하는 프로야구단이나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고 속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강습비 명목으로 무허가 스테로이드 제제와 각종 호르몬을 1회당 300만원을 받고 직접 학생들에게 주사해, 1년간 1억 6000만원 상당의 이득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피의자는 전직 야구 선수로서 도핑 검사 원리를 파악하고 스테로이드 제제의 체내 잔류기간을 계산해 투여하는 등 치밀하게 도핑검사와 보건당국의 단속을 피해 왔다.
식약처는 불법의약품을 투여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야구교실 소속 유소년 선수 7명을 한국도핑방지위원회에 검사를 의뢰했으며, 그 결과 2명은 금지약물에 대한 양성으로 확정 판정됐다.
식약처 관계자는 “성장기 청소년들에게 아나볼릭스테로이드 제제를 투여하는 것은 갑상선 기능 저하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며 “불법으로 유통되는 스테로이드 제제와 전문의약품에 대한 단속·수사와 온라인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