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상상력’ 강조한 文대통령…손정의, 어떤 말 전할까

[기자수첩] ‘상상력’ 강조한 文대통령…손정의, 어떤 말 전할까

기사승인 2019-07-04 04:00:00

‘투자의 귀재’, ‘최고의 승부사’, ‘미래를 꿰는 눈’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을 일컫는 수식어다. 최근에는 이커머스 쿠팡에 조단위의 돈을 투자하면서 대중적으로 이름이 알려졌다. 1조원의 적자가 난 쿠팡에 가능성만 보고, 두 번에 걸쳐 1조원, 2조원 가량을 베팅(?)했다. 비범함과 무모함은 한 끗 차이라고 하던가. 물론, 그의 통찰력과 혜안은 전 세계가 인정한 부분이니, 비범함에 좀 더 가깝다고 하겠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손 회장의 ‘알리바바’ 투자였다. 1999년 그는 중국 베이징에서 마윈 알리바바 회장을 만났고, 이 자리에서 마윈의 잠재력을 발견한 손 회장은 단 6분간의 협상에서 ‘200억원’ 투자라는 파격적인 결정을 감행했다. 그리고 이 결정은 15년 뒤 손 회장에게 3000배에 달하는 수익으로 돌아왔다. 

그는 24세에 차고에서 소프트뱅크를 설립했을 때부터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으로 회사를 키워나갔다. 사업 초창기 컴퓨터와 전자오락의 인기를 미리 예감했고, 90년대 중반 소프트뱅크 상장 이후에는 잠재력이 큰 기업을 사들이거나, 지분에 투자해 성공 신화를 썼다. 그가 현재까지 투자한 회사만 해도 야후 등 1000개가 넘는다. 

물론 그의 투자가 모두 성공으로 이어졌던 건 아니다. 2000년대 초반 IT산업 거품이 꺼지면서 큰 손해를 입기도 했다. 그럼에도 좌절하지 않고 계속 유망 기업을 캐치하며 위기를 헤쳐 나갔다. 현재 승차 공유업체 ‘우버’, 공유오피스 업체 ‘위워크’ 등 세계 각국의 유니콘 기업으로 꼽히는 스타트업들이 손 회장으로부터 돈을 투자 받고 있다.

사실 손정의는 이미 쿠팡이 망할 것 까지도 계산을 마친 사람이다. 쿠팡은 그의 수많은 투자들 중 일부일 뿐이다. 그는 철저히 '70% 투자법칙'에 따라 행동한다. 70%의 승률을 예상된다고 하면 과감하게 뛰어든다. 30% 이상 리스크가 있다고 생각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철수한다. 이후 ‘되찾겠다’ 라는 말은 입에 담지 않는다. 손 회장의 말을 빌리면 이렇다. 

"50% 승산으로 도전한다는 것은 바보나 하는 짓이다. 90% 승산을 기다리는건 너무 늦다. 준비는 끝났을지 몰라도, 실전에 나갔을 때는 이미 싸움이 끝난 후일 것이다. 핵심은 70%라는 승률을 꿰뚫어보고 시기를 살펴 단숨에 승부를 봐야한다. 지는 전투에 전멸할 때까지 밀어붙이는 것이야말로 최악이다." 

물론 그가 말하는 70%는 ‘혼이 투입된 70%’다. 적당히 어림잡아 경솔하게 승률 70%를 정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강조한다. 

손 회장은 이날 오후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해 4차 산업혁명 시대 혁신성장 등을 주제로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손 회장은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 어려움을 호소하는 김 전 대통령에게 초고속 인터넷이란 해법을 제안했던 바 있다. 이 아이디어는 한국의 IT산업이 발전하는 밑거름이 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겐 '신재생 에너지' 카드를 제시했다. 

최근 문 대통령이 남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상상력의 힘’이라는 화두를 던진 만큼,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오갈지 기대가 모인다. 물론, 문 대통령이 강조한 '상상력'이란, 중대한 국면의 해결을 위해선 상식을 넘어선 역발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뜻일 터다. 역발상의 상상력에 국가 비전을 찾겠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과거 손 회장은 이런 말도 했다. 

"비전이란 산 정상의 경치를 상상하는 것을 말한다. 산을 결정하고 나면 절반이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금부터 10년 후, 20년 후, 30년 후 어떤 세상이 될지, 비즈니스 모델을 '선명'하게 해야 한다. 기한을 명확하게 정하고, 그 때의 이미지를 철저하게 구상해야 한다. 비전이 없는 지도자야 말로 최악이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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