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업은행 일자리 박람회에 유튜버가 왔다

[기자수첩] 기업은행 일자리 박람회에 유튜버가 왔다

기사승인 2019-07-04 05:00:00

유튜브 채널로 대중과 소통하는 사람들. 우리는 그들을 ‘유튜브 크리에이터’ 혹은 ‘유튜버’라고 부른다. 

유튜버가 3일 기업은행이 주최한 채용 박람회에 강연자로 왔다. 영화전문 스토리텔러라고 소개 받은 그는 구독자가 100만 명에 육박하는 인기 유튜버다. TV 등 각종 매체에 여러 번 등장했다. 

강소기업이 직원을 뽑는 자리에 왜 유튜버가 강의를 할까. 처음엔 희망을 전하려는 가 싶었다. 강의는 1시간가량 진행됐다. 메모한 내용을 풀자면 ‘유튜브를 안 보면 꼰대다’ ‘꼰대예방법’ 등이다. 그만의 콘텐츠를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유튜버를 하라는 얘기가 아니다’는 말을 거듭 했다. 

그러다 마지막에 던진 메시지는 ‘당신만의 각(을 만들라)’였다. 이어 ‘시의성·의외성·덕후성·창의성·통쾌성·진정성·방향성’을 강조했다. 객석에서 박수가 터졌다.

자리를 털고 나오는데 뒷맛이 씁쓸하다. 일자리가 시급한 청년들에게 지금 필요한 게 ‘시의적절 하면서도 통쾌한 한방’인가. 강연 주제는 ‘유튜브 크리에이팅’ 이었다. 그렇다면 영상을 찍으라는 소린가. 하지만 유튜버는 자신이 하는 일을 권하지 않았다. 이도 저도 아닌 말들로 1시간이 지나버렸다. 

주최 측에 유튜버를 섭외한 이유를 묻자 ‘행사 주 타깃인 대학생들에게 채용 면접 참여 외에 유익한 정보를 얻어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고 전했다. 

강의는 흥행했다. 유명세 때문인지 기업 부스보다 메인 무대 앞에 사람이 더 몰렸다. 심지어는 기업 인사담당자들도 넋을 놓고 강연을 듣고 있었다. 하지만 그 곳에 있던 청년구직자를 위한 유익한 시간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그 시간을 할애해 유망기업에게 채용설명 기회를 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유튜버가 내려간 자리에 기업은행 채용설명회가 곧바로 이어졌다. 행원들이 입사 노하우를 전했다. 강연 때보다 청중이 더 많이 몰렸다. 빈 부스만 덩그러니 남았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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