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학생부 중심 전형의 증가에 따라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입시에서 신중의 신은 내신’이라는 우스갯소리가 퍼지고 있다. 학생부교과전형이나 학생부종합전형에서 핵심적으로 평가하는 요소가 ‘학업역량’인데 이를 가장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요소가 바로 내신성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많은 학생들이 교과 성적 관리에 신경을 쓰지만 생각보다 좋은 결과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우수한 원점수 성적을 받고도 1등급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의 경우 ‘우리학교는 내신관리가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정말 내신 관리가 어려운 혹은 쉬운 고등학교가 있을까? 만약 있다면 어떤 고등학교일까? 2018년 학교알리미 서울 지역 고등학교의 교과별 학업성취 사항 통계자료를 통해 서울권 고등학교의 특징을 대략 파악해 보자.
◇고교 유형별 성적 평균은?
서울 지역의 237개 고등학교(예체능 및 특성화고 제외)의 교과별 학업성취 사항을 통계분석한 결과, 고교유형에 따라 교과 평균 성적의 차이가 있었다. 평균 성적이 가장 높은 고교 유형은 외국어고로서 88.60의 성적을 보였다. 그 뒤를 이어 국제고(77.06), 과학고(75.32), 자사고(70.68), 일반고(64.65), 자공고(63.79) 순으로 높은 평균 성적을 나타냈다.
◇고교 유형별 교과 평균 성적이 가장 높은 고등학교 vs 가장 낮은 학교
서울권 외고는 총 6개교가 있는데 한영외고(91.80), 대원외고(91.11), 대일외고(90.07), 명덕외고(89.47), 서울외고(85.63), 이화여고(83.10) 순으로 교과 평균 성적이 높았다.
국제고는 서울국제고 1개가 있으며 교과 평균 성적은 77.06이었다. 과학고는 한성과고(76.97), 세종과고(73.34)의 평균 성적을 보였다.
서울 소재 23개 자사고 중 가장 높은 교과 평균 성적을 기록한 곳은 하나고로서 86.16의 성적을 기록했다. 그 뒤를 이어 대성고(80.81), 한가람고(77.98), 배재고(75.55), 현대고(74.42) 순으로 높은 평균 성적을 보였다. 반면 비교적 낮은 평균 성적을 보인 곳은 경희고(57.54), 경문고(60.78), 신일고(61.26), 장훈고(63.56), 중앙고(64.07) 등이었다.
서울의 187개 일반고 중에서는 대원여고의 평균 성적이 가장 높았는데 77.71을 기록했다. 그 뒤를 이어 선정고(77.62), 대원고(76.76), 단국대사대부고(74.69), 혜성여고(74.61) 순으로 높은 평균 성적을 보였다. 반면 강동고(49.36), 은평고(51.90), 둔촌고(54.39), 세현고(54.48), 한성고(55.06) 등은 비교적 낮은 평균 성적을 보였다.
18개 자공고 중 가장 높은 평균을 보인 학교는 원묵고로, 72.60이었으며, 구현고(67.66), 당곡고(67.52), 대영고(67.52), 성동고(66.83) 순으로 높았다. 낮은 성적을 기록한 자공고는 중경고로서 53.15의 평균 성적을 보였으며, 경일고(59.22), 미양고(59.93), 광양고(60.50), 등촌고(60.86) 등의 고교 역시 낮은 교과 평균 성적을 보였다.
◇그 외
서울 25개 행정구별 관내 고교의 교과 평균이 높은 곳을 살펴보면 광진구(70.36), 은평구(69.36), 중구(68.74), 도봉구(68.58), 강남구(67.52) 순이었다. 반면 강북구(62.96), 노원구(63.65), 용산구(63.86) 등은 교과 평균 성적이 낮았다.
성별로 살펴보면 여고 또는 여학생 비율이 높은 고등학교의 평균 성적이 높은 편이었다. 여고의 평균 성적은 68.08, 공학은 65.45, 남고는 64.66이었다.
◇교과 평균 성적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먼저 교과 평균 성적이 높다는 것은 다음의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첫째, 시험의 난이도가 쉽다. 둘째, 해당 고교 재학생들의 학업 수준이 높다.
이 두 가지 가능성 중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표준편차’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표준편차’는 ‘평균’으로부터 얼마나 퍼져 있는지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수치로서, 보다 쉽게 설명하자면 ‘해당 고교의 학생 간 수준의 차이’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표준편차가 크다면 상위권 학생과 하위권 학생 간의 원점수 차이가 크다는 의미이고, 표준편차가 작다면 그 반대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영외고의 경우 평균이 91.80, 표준편차가 5.98이었다. 이는 시험을 응시한 학생의 90%이상이 원점수 80점 이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할 수 있다. 특히 원점수 90점 이상인 학생이 50% 이상일 가능성 역시 높다. 즉 평균 성적이 높지만 표준편차가 작은 학교는 그만큼 학생들의 수준도 높은 학교라고 볼 수 있다.
평균 성적이 낮고 표준편차가 큰 경우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두 가지의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학교에서 시험을 어렵게 내는 유형이거나 성적 하위권의 학생들이 많은 유형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 만약 시험을 어렵게 내는 유형의 고교라면 내신 대비를 철저히 하더라도 좋은 성적을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반면 성적이 하위권인 학생들이 많은 학교라면 충실한 교과 수업만으로도 성적을 관리하기 어렵지 않을 수 있다.
평균 성적이 높고 편차가 큰 고교라면 시험의 난이도가 쉬운 편이지만 최상위권 성적을 획득 및 유지하기 위해서는 실수를 최소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쉬운 난이도에서 실수로 한 문제만 틀리게 되면 상대적인 등수가 많이 하락하고, 이에 따라 등급 역시 낮은 등급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학교의 경우 수행평가로 인한 1점이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시험 성적 뿐만 아니라 수행평가, 벌점 등에 대한 관리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우연철 평가팀장은 “최근 학생부중심전형의 대입으로 인하여 고교 유형, 지역을 불문하고 최상위권의 경쟁은 치열하다. 다만 어려운 난이도의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하는가 혹은 실수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가의 차이일 뿐이다”라며 “따라서 수험생들은 그저 내신 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생각보다는 어떤 종류의 어려움이 있는지 정확하게 분석한 후 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학습전략과 교과 성적으로 드러내지 못한 본인의 학업우수성 등의 역량을 드러내기 위한 교내 활동 계획을 수립하여 실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